"로테르담을 수소항으로"…유럽의 '배출 제로' 실험
도로, 철도, 해상 물류망 수소 전환 '라인 프로젝트' 착수…2030년 수소선박 100척 목표
"국내 수소선박 개발 늦었지만 기술력 충분…문제는 경제성과 인프라"
입력 : 2020-02-19 06:05:18 수정 : 2020-02-19 06:05: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유럽연합(EU)이 역내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도로와 철도, 해상 물류망을 수소 기반으로 하는 ‘배출 제로’ 화물운송 루트 조성에 나선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계획으로, EU가 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물류'로 전환중인 국내 관련업계에서도 EU의 이번 결정을 '모범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외신에 따르면 유럽에선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부터 이탈리아 제노바까지 라인강과 알프스산맥을 가로지르는 ‘라인-알프스’ 육·해상 무역로를 수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라인 프로젝트(The RH₂INE project·Rhine Hydrogen Integration Network of Excellence)에 착수했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4국 간 화물운송망을 세계 최초 ’배출 제로‘ 루트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해당 지역에 수소생산시설을 만들고, 2024년까지 10~15척의 수소추진선박을  운항토록 한 뒤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선박을 50~100척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로테르담 항만당국과 지방정부, HTS그룹 등 지역에서 영업하는 해운·물류업체 등 총 17개 기관으로 이뤄진 민·관 컨소시엄이 구성돼 지난 달 29일 이 같은 내용에 공식 서명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탄소중립 실현 계획으로 선언한 ‘유럽 그린 딜’ 이행의 일환으로, 네덜란드와 독일 지방 정부가 추진하지만 중앙 정부의 지지도 받고 있다. 
 
유럽 수소·연료전지협회(EHA)홈페이지에 로테르담 홈페이지에 수소기반물류망 구축인 '라인 프로젝트'가 소개된 모습. 로테르담 항만당국과 지방정부 및 지역 해운사 등 총 17개 기관으로 이뤄진 민·관 컨소시엄이 구성돼 프로젝트 시행을 공식화했다. 사진/EHA 홈페이지 갈무리
 
탄소중립 혹은 배출저감에 나선 국가들이 그 방법론으로 채택한 건 ‘수소경제’다. 산업과 에너지에 이용되는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안이다. 수소는 연소 시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청정·대체에너지로 꼽힌다. EU와 미국, 호주, 일본과 중국 등이 수소에너지 개발과 활용 확대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도 지난해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초로 관련 법령인 ‘수소법’을 제정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수소경제 논의의 중심은 수소전기차에 쏠려 조선·해운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뒤처진 면이 있다. 수소차는 벌써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생산이 시작됐지만, 수소선박의 경우 유럽과 미국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개발을 추진해 실증과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지난해에서야 정부 로드맵과 함께 조선사들과 한국선급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다만 국내 조선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정부가 수소충전인프라 확충에 나선 만큼 긍정적인 기대를 걸 여지도 있다.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만든 수소선박도 연안을 오가는 소형 선박 단계인데다, 수소교통수단 상용화의 핵심인 충전인프라 확충에 있어서도 한국정부가 2030년 수소차 180만대 보급 목표에 맞춰 전국 660개 충전소 설치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소선박의 현재 문제는 기술력보다는 경제성이다. 선박에 6미터짜리 연료전지스틱 100개를 쌓자니 부피가 커서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충분한 수소공급과 안전성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등으로 정말 ‘제로 에미션 선박’만이 답이 된다면 한국 조선기술로는 금방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 수소연료전지도 현대차나 LG화학에서 공을 많이 들여놨다”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아직은 수요가 없는 것”이라며 경제성과 인프라 확충, 관련 법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조선사들도 직접적인 수소선박은 아니라도 기반 기술 개발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독일선급(DNV GL)으로부터 세계 최초 연료전지 적용 원유운반선 기본 승인을 받았는데, 이때 개발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의 LNG 연료를 수소(H2)로 대체 가능해 수소선박 건조를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유럽연합 역내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모습. 사진/신화통신·뉴시스
 
한편 국내도 울산시가 2030년 정점을 목표로 수소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거나 부산시가 수소도시를 선언하는 등 유사한 움직임이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지난 14일 현대차와 여수·광양항에 수소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소전기트럭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수소선박 개발과 연계 시 로테르담 구상 같은 수소기반 물류망 구축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양 연구원은 “수소는 순수한 상태로 풍부하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액화천연·석유가스(LNG·LPG)에서 탄소를 빼내는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이후 남은 탄소는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도 있다.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유럽의 경우도 경제성과 상업성보다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적인 실험일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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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서윤

산업1부. 중공업·조선·해운·철강·방산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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