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금융권 벤처육성 움직임을 보며 든 단상
입력 : 2020-02-23 06:00:00 수정 : 2020-02-23 06:00:00
최한영 금융부 기자
지난 2013년 9월부터 17개월 간 벤처업계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나름의 계획을 갖고 결정을 내렸지만,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소정의 결과물을 가져오는 과정은 기자로서 취재를 할 때보다 더 큰 막막함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기자로서 업계를 관찰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 자신의 막막함보다 더 큰 충격은 따로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긴 기업·기업가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고, 급기야 아이템이나 사업 자체를 정리하는 경우도 봤다. 앞으로 그 길을 계속 걸을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소중한 경험들을 뒤로하고, (운 좋게) 언론계로 복귀했다.
 
직원으로 일한 것이 이 정도면, 벤처기업 대표들의 압박은 더할 것이다. 10년 넘게 '마케팅 투자'를 통해 타인의 성공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임수열 815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임 대표는 책 <10년을 앞서가는 사람들의 성공법칙 - 최고의 습관>에서 "순탄한 창업이나 무난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은 없다"며 "책을 몇 권씩 쓸 수 있을 만큼의 우여곡절을 경험하고 나서야 성공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 자신도 젊은 시절 실패들을 경험한 바 있다.
 
시중 은행들의 유망 벤처기업 발굴·육성이 활발하다. 문재인정부의 '혁신금융' 기조와 유망 벤처기업 육성계획에 부응하고 은행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발표한 'Triple-K Project'에서 온·오프라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성장단계별 투자지원, 인재 헤드헌팅을 통한 스타트업 인재 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2023년까지 스타트업 핵심기업 2000곳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곳들도 KB이노베이션허브(KB금융), 1Q 애자일 랩(하나은행), 디노랩(우리은행), NH디지털Challenge+(농협금융), IBK창공(기업은행) 등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 중이다.
 
각 금융사가 육성 중인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의 고민이 읽힌다. 모두가 열심히 하겠지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벤처기업 성공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사업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들의 도전정신을 위협하는 다른 변수도 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만 타먹고 폐업신고를 한 다음, 다시 이름과 아이템을 바꿔서 이를 반복하는 '지원금 사냥꾼'들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벤처육성 기조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각 금융사의 벤처육성 노력마저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면 당초 목표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모두가 기자의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란다. 금융사들이 육성 중인 벤처기업 중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몇 개라도 탄생한다면 파급효과는 크다.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일에 매진 중인 벤처인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최한영 금융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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