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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보다 싼 휘발유…정유사 "팔수록 손해"
두바이유 올 1월 초 대비 60% 하락…정유사는 역마진 1주째
2020-03-26 06:03:14 2020-03-26 06:03:14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대로 추락하면서 '제품을 팔수록 오히려 손해'인 상황까지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와 국제유가 폭락까지 더해져 정유업계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26.64달러였다. 이는 올해 최고가였던 1월 6일(69.65달러)보다 60% 이상 하락한 수치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이달 셋째 주 배럴당 -1.9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24일 오전 대구 서구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89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정유사들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보통 일정량의 석유제품을 비축해 두는데, 이 비축해둔 석유제품의 평가 금액이 국제유가 급락과 함께 낮아진 것이다. 즉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등을 팔지 않고 있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판매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돌아 마이너스 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운송비를 뺏을 때 남는 값이다. 마이너스 대의 정제마진은 곧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팔았을 때 오히려 값을 더 지불하게 된다는 의미다. 즉 휘발유값이 원유값보다 저렴해지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달러 내외 수준으로 본다.
 
여기에 공급은 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마저 나온다. 중국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중국 산둥 지역 정유사 가동률은 49%로, 5년 만에 최저 수치를 기록한 2월 말(37%)보다 10%p 이상 올랐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현지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1월 말부터 시행됐던 봉쇄 조치와 이동·출근 제한 등의 조치를 점차 완화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중국 내에서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면서 침체됐던 정유사 가동률을 다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돼야만 정유사들도 수익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정유사 역마진이 해소되려면 무엇보다 코로나 종식이 되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이동 제한, 재택근무 등의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해야 수요가 살아나고 결국 정유사들이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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