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애경 날강도 다름없어" 뿔난 이스타노조
"구조조정 요구에 '노선 특혜 할당' 받고도 시간끌기"
제주항공 "해당 내용 검토 후 입장 발표할 것"
입력 : 2020-07-06 06:04:02 수정 : 2020-07-06 06:04:02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길로 뛰쳐나와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항공의 요구로 구조조정까지 했는데 이스타항공이 해결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인수에서 사실상 발을 빼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데 따른 절박함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일 서울 마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애경·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사실상 계약해지에 가까운 공문을 보냈다"며 "양해각서(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 하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서울 마포구 애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며 규탄했다. 사진/최승원 기자
 
앞서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의 채무에 대해 영업일 10일 이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총계 마이너스 1042억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이 기한 안에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과 셧다운을 지시한 내용의 통화 녹취파일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3월20일께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의 통화에서 최 대표가 "(이스타항공이)국내선은 가능한 운항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며 "그게 관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정책적 특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이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이원5자유(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권리) 운수권을 독점적으로 배분받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당시 운수권 배분에서 국토부가 총 25개 노선 가운데 11개를 제주항공에 할당했다"며 "이스타항공을 매수한 뒤 잘 살려보라는 취지에서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초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일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업계를 덮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본적 여유가 있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머뭇거리기만 해도 셧다운 상태인 이스타항공의 인수 대금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에 인수 대금 약 110억원을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제주항공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구조조정 지시 의혹과 운수권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다음 주 중으로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이스타항공의 선결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한 법무법인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000억원 미지급채무 중 부담 가능한 최대 금액을 제주항공에 전달했다. 금액은 150억~200억원가량으로 이상직 의원 일가가 포기한 인수대금 410억원에서 부실채권과 세금,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다. 여기에 일부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체불임금 포기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액은 증가할 전망이지만,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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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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