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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역대급 장마 아닌 '기후위기'다
2020-08-11 06:00:00 2020-08-11 06:00:00
 
6월부터 시작된 비가 50일째를 향해 가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다. 올해 장마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비 피해도 심각하다. 10일 기준으로 13명 사망, 2명 실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재민도 2600세대 4476명이나 생겼다. 비는 처음엔 부산을 강타하더니 수도권과 충청도 등에도 물폭탄을 뿌렸다. 마침내는 전라도까지 옮겨 가서 피해를 키웠다. 이쯤 되면 수해가 아니라 '수마(水魔)'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비 피해를 막고자 중앙과 지방정부는 연일 총력을 기울인다. 대통령부터 총리와 장관, 지자체장, 국회의원까지 수해 현장을 찾았다. 물난리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고 세금을 투입하는 한편 안전점검과 피해복구에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올해는 언젠가 비가 그치겠지만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수마는 계속될 것이다. 비를 막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역대급 장마를 초래한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후위기는 더이상 딴 나라 뉴스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년 새 폭염과 장마, 폭설이 잇따랐다. 여름에 비가 오고, 겨울에 눈이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기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구가 뜨겁게 달궈지면서 해류와 공기의 흐름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특히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사이 0.85도 상승했으나 우리나라에선 1912~2017년 사이 1.8도나 올랐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50년 뒤엔 감귤이 제주도가 아닌 강원도에서 자랄 것이란 무서운 전망까지 나온다
 
이번 장마만 봐도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소멸하지 못하고 장기간 한반도에 체류한 데다 잇따라 출현한 태풍들과 뒤섞였다. 그러다 보니 비가 내릴 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무섭게 쏟아붓다가 잠깐 해가 뜰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염이 시작됐다. 불과 하루 새 장마와 폭염, 장마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현재 산업군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와 산업구조, 국민 의식을 전환하는 극약 처방이 필요한 셈이다. 정책적으로도 기후위기 대처는 인류와 문명의 생존이 걸린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 새로운 기후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의 주제는 '위대한 재설정(Great Reset)'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우리도 역대급 장마를 극복하기 위해 기후정책에 대한 재설정에 돌입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처할 사회구조와 국민 의식을 어떻게 재설정할 고민 할 시간이다.
 
최병호 공동체팀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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