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디바’ 신민아 “수영복에 맞춰 근육도 붙는다 던데”
“10~20대때 주어진 역할 전부 밝고 건강한 모습…’디바’ 너무 욕심났다”
“정상의 두려움 추락의 공포감 모두 목표 때문 과정 즐기는 법 잊지않아”
입력 : 2020-09-22 00:00:01 수정 : 2020-09-22 08:26:2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언젠가 이렇게 떨어질 것이라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며 그 위를 동경하면서 산다. 하지만 그 위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이 왔을 땐, 까마득한 그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단 두려움에 사로 잡힌다. 상황을 묘사하는 것도, 상상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 감정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욕망과 두려움의 실체화다. 데뷔 이후 22년 동안 최고의 정상 자리를 지켜 온 배우 신민아도 분명히 한 번쯤은 고민하고 또 두려워했을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의 눈에 들어온 디바시나리오는 묘하게 끌림을 이끌었다. ‘디바에서 신민아가 연기한 이영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자신을 파괴하는 처절한 모습을 드러낸다. 신민아는 여자 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이영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에 공감이 되고 감정이 이입됐단다. 그런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지만, 반대로 난 없다고 말하고 싶은 동전의 양면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지점이 신민아에게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뉴스토마토와 만난 신민아는 자신의 낯선 모습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에 가장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데뷔 이후 그는 러블리란 단어의 굴레 속에 갇혀 있던 게 사실이다. ‘배우란 직업을 택한 이후부터 배우로서 살아오면서 다양한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숙명에서 오히려 한 발 떨어져 지내왔었다. 이젠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다. ‘베테랑이란 단어가 결코 어색하지 않을 나이와 경력이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저한텐 그런 기회가 잘 안 왔어요. 10대와 20대에는 주어지는 역할 거의 전부가 밝고 건강하며 사랑스런 모습뿐이었어요. 그래서 디바가 왔을 때 사실 너무 반가우면서도 두려웠죠. 욕심만 있었지 실제로 눈 앞에 두고 나니 덜컥 겁부터 났어요.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어울리긴 할까. 그럼에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진짜 즐거웠죠.”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기분 좋은 즐거움으로 만난 디바현장에서 그는 즐겁게 새롭게 이영과 만났다. 워낙 기대했고 만나고 싶던 장르의 영화였다. 스스로가 새로운 신민아를 그려내고 싶었다. 물과의 사투도 고생스러웠다. 새롭게 도전했고, 생소했던 다이빙 연습도 고됐지만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단다. 그렇게 만들어 진 디바의 완성본을 처음 본날이었다. 스크린에 투영된 자신의 얼굴에 깜짝 놀랐단다.
 
현장에서 연기를 하고 내가 생각했던 내 모습과 정말 다른 얼굴이 등장해서 진짜 놀랐어요. ‘내가 저런 표정을 지었다고란 말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였어요. 제가 제 얼굴을 보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하하하. 기자님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서늘한 얼굴이라고 해주시는데 그 표현이 정말 너무 마음에 들고 칭찬처럼 들렸어요. 저한테도 저런 얼굴이 있단 게 배우로서 자신감도 더 생겼고요.”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그런 얼굴을 만들어 낸 신민아의 연기 원동력은 가장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에 있었다. 배우들 대부분이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출연을 결정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간다지만 신민아에게 이번 디바의 시나리오는 사실 절대적이었다. 신민아의 의지와 욕구와 시나리오 속에 맞물려 있던 신민아의 내면을 건드린 지점은 영화 디바속 이영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냈고, 이영의 감정을 만들었다.
 
나도 이영처럼 그런 감정을 느껴봤을까 생각해 봤어요. 이 영화를 지배하는 불쾌함? 그 불쾌함 때문에 과거에 내가 우울하거나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죠. 내가 심리적으로 날 괴롭혔을 때 내 감정이나 마음에 휘둘렸던 적이 있었을까. 구체적으로 떠오르진 않더라고요. 하지만 반대로 이영이나 이유영씨가 연기나 수진이 느꼈을 감정은 충분히 공감이 됐어요. 코너에 몰렸을 때 느낄 압박감. 자신이 만들어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감정의 핑계들. 그런 지점들이 생각을 거듭하면서 공감이 됐죠. 불쾌하거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언제 느껴봤냐고 물으시면 사실 딱히 언제라고 기억을 할 순 없지만 그걸 알고 있단 게 저한테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감정적으로 자신을 괴롭힐 정도로 힘든 작업이 디바였단 점에서 신민아는 무조건 동의를 했다. 하지만 사실 진짜 신민아를 괴롭혔던 것은 이 영화의 주된 소재이자 장치였던 다이빙이다. 참고로 신민아는 극심한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단다. 영화 속 10m 다이빙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경험은 지금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했다고. 그때의 경험은 당시 한 번으로 족하다며 웃는다.
 
지금도 다리가 떨리는데(웃음). 다이빙 높이가 처음에는 0m부터 시작해요. 1m씩 높아지는 데 진짜 못 올라 가겠더라고요. 처음 물에 다이빙 했을 때 물살이 온 몸에 들어가는 느낌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다이빙이란 스포츠가 정말 물 속에 잘 들어가야 하는 건데, 잘 들어갈수록 공포감이 더 강해요. 나중엔 물 속에 다이빙하는 데 코에 물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서 진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10m높이에선 당연히 안전 때문에 못 뛰었죠. 그 위에서 내려다보니 다리가 떨렸지만 반대로 모든 스태프가 날 우러러 보는 데 기분이 묘했어요. ‘이 맛인가싶기도 했죠.”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또 다른 고충은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 결정을 했지만 영화의 절반 이상을 수영복만 입고 현장에 돌아 다녀야 한단 점이다. 신민아는 사실 이 점이 가장 부담스러웠단다. 당연히 여성으로서 자신의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현장에서 수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을 해야 한단 점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신민아는 수영복을 전투복이라고 부르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조슬예 감독이 붙여주기도 했다고.
 
영화의 절반 이상을 수영복을 입고 촬영했어요. 화보 작업처럼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니라 물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계속 찍는데, 혹시라도 촬영 중간에 물 속에서 수영복이 돌아갈까 봐 걱정했죠(웃음). 다이빙 코치분이 현장에 계속 계셨는데 수영복에 맞춰서 근육이 붙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운동도 정말 많이 하고 수영복을 입고 연습하거나 촬영 할 때도 최대한 선수처럼 보이게 노력을 많이 헀어요. 그리고 다행히 제작자분, 감독님, 촬영감독님, 저와 유영씨까지 여성분들이 많은 현장이라 심적으로도 많이 의지가 됐죠.”
 
배우 신민아.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주)
 
올해로 데뷔 22, 스크린 복귀도 무려 6년 만이다. 추락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 몸으로 겪은 신민아도 분명히 내려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하면서 배우 생활을 했을 것이다. 신민아보다 선배들은 대부분이 최고의 자리에서 잘 내려오는 방법을 후배 배우들에게 전한다. 올라가는 방법은 각자가 다 달라도 또 각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잘 내려오는 방법은 누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본인이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몸소 체득해야 한다.
 
영화에서 수진은 올라가야 하고, 이영은 내려오기 싫어하고. 이영이나 수진이나 각자의 목표가 뚜렷하잖아요. 사실 지금 질문해 주셨으니 생각을 해보면, 그게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라갔을 때의 두려움도, 내려가는 것의 공포감도 느끼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냥 올라갈 때의 과정이나 내려올 때의 과정, 다시 말해 그냥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좋을 텐데요. 배우로서도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럼 올라가는 건지 내려오는 건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고 과정의 재미에만 빠져서 즐겁게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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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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