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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미국 제재에…PC 시장에서 자구책 찾는다
태블릿·노트북 이어 모니터와 데스크톱까지 사업 강화
인텔·AMD 반도체 공급 승인 받으면서 숨통 트여
2020-09-24 06:10:00 2020-09-24 06:1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화웨이가 PC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주도권을 잡아갔던 스마트폰 사업이 미국의 강도높은 제재로 위기에 직면하자 다른 영역에서 자구책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특히 인텔, AMD 등의 일부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 관련 공급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화웨이 메이트북. 사진/화웨이
 
23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게이머들을 공략하기 위한 커브드 모니터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가 출시할 커브드 모니터는 BOE를 통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양산할 예정으로, 2~3개의 초기 모델을 위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7형과 34형 크기의 주력 모델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모니터 기업 TPV 테크놀로지와도 초도물량 100만대 이상을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앞서 모니터 시장 진출을 위해 6개 팀을 꾸려 생산을 맡길 제조 기업을 물색하고, 기업간거래(B2B)용 제품에서부터 가정용, 게임용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한 상품 기획도 진행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행보는 태블릿 PC와 노트북 제품 출시에 이어 데스크톱 PC까지 PC 산업 전반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인텔과 AMD 등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허가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의 이 같은 전략에 힘을 실어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미국산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 제품의 경우 화웨이에 공급하기 전 당국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는 고강도 제재를 발효한 바 있다. 하지만 제재로부터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21일까지 인텔과 AMD 등의 반도체 기업이 일부 부품에 대해 화웨이와의 거래 승인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화웨이에 공급하는 부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텔은 PC·노트북용 CPU, AMD는 PC용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력인 만큼 관련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아직 화웨이의 PC 시장 장악력이 미미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주력 산업인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을 옥죄면서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셈이다. 실제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로 가장 타격을 받는 기업 중 하나로 인텔이 꼽히기도 했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는데, 그중 40%를 화웨이가 구입해왔다. 전체 시장으로 봐도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로(세계 3위) 막강한 위치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AMD에 대한 미국의 승인이 제재가 발효된 이전에 떨어진 것인지 시점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부 부품에 국한되긴 했지만 모든 측면에서 반도체 공급이 끊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때 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텔과 AMD의 공급 허가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미국 정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허가 승인서를 제출한 국내 업체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이들이 승인을 받을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제품군이 대부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와 중소형 OLED 등이기 때문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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