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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IB토마토]하림지주, 지배구조 개편…오너 2세 승계 위한 꼼수?

엔에스쇼핑 흡수·분할·합병 통한 지배구조 변화

2021-12-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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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6일 6: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하림지주(003380)엔에스쇼핑(138250)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주식교환을 단행한다. 엔에스쇼핑의 사업역량을 홈쇼핑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특히 경영승계를 좀 더 탄탄히 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엔에스쇼핑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과 이후 엔에스쇼핑의 인적분할,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주식교환가액은 하림지주 9589원, 엔에스쇼핑 1만3553원으로 교환비율은 1 대 1.41347204이다. 주식교환 후 엔에스쇼핑은 상장폐지된다.
 
 
 
이는 엔에스쇼핑의 홈쇼핑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정됐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마무리된 후 엔에스쇼핑은 TV홈쇼핑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존속회사(엔에스쇼핑)와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영위하는 신설회사(가칭 엔에스홀딩스)로 인적분할되고 이 신설회사는 하림지주와 합병된다.
 
그동안 엔에스쇼핑은 하림산업을 비롯한 자회사를 통해 추진했던 사업에서 부진한 수익성을 거두고 있었다. 실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업부분별 영업이익을 보면 유통업(홈쇼핑)에서 474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식품·식자재 -264억원, 부동산 개발업 -161억원, 기타(플랫폼 사업, EM을 활용한 화장품 사업 등) -75억원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하림지주는 성과를 내고 있는 홈쇼핑만 남겨두고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 중인 나머지를 합병함으로써 엔에스쇼핑이 사업역량을 오롯이 홈쇼핑 사업에 집중,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식교환으로 인해 김홍국 하림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이득을 보게 되면서 안정적 경영승계를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22.95%를 보유한 김홍국 회장이며 2대 주주는 20.25%를 갖고 있는 ‘한국인베스트먼트’, 3대 주주는 4.36%의 ‘올품’이다. 김준영씨 별도로 하림지주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걸로 공시되고 있지만 3대 주주 올품의 지분 100%를 김준영씨가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대 주주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의 100% 자회사다. 즉 사실상 올품이 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하림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은 김준영씨가 24.61%로 김홍국 회장보다 높은 상황이다.
 
물론 주식 교환에 따라 올품이 보유하게 될 하림지주 지분율은 그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엔에스쇼핑 주식과 하림지주의 신주가 교환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시된 교환비율에 따라 단순계산하면 주식교환 후 올품은 하림지주의 주식 122만2380주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추정 지분율은 4.51%로 교환 전보다 0.15%p 상승하는데 그친다. 김준영씨가 간접적으로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이 최대 주주를 넘어서기에 이 정도 지분율 상승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 사진/한국기업평가
 
그럼에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승계와 연결되는 것은 주식교환 후 하림지주와 합병이 예정된 엔에스홀딩스 탓이다. 엔에스홀딩스에는 부동산개발업과 식품·식자재업을 담당하는 하림산업이 포함되는데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수익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엔에스쇼핑은 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지난 2016년 서울 양재동의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그동안 서울시와 용적률 문제로 갈등을 발생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감사원이 ‘서울시가 행정 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며 하림산업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사업이 급물살 탈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림산업이 하림지주로 넘어간 상황에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개발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이익은 배당을 통해 최대 주주인 김홍국 회장을 비롯해 한국인베스트먼트, 올품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게 된다. 김준영 씨는 한국인베스트먼트와 올품을 소유하고 있기에 이 배당 수익은 그의 경영승계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논리다.
 
더구나 김홍국 회장이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이 올품의 전신인 한국썸벧의 지분을 김준영 씨에게 증여한 후 하림그룹 계열사가 올품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는 의혹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하림그룹 계열사가 올품을 부당지원 해왔다는 혐의로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8억88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며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림지주 측은 주식교관과 지배구조 개편은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에 지주사의 역량을 쏟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지주가 발행한 신주를 교환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특수관계자 등의 지분가치는 오히려 희석되며 현재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았기에 개발 수익·배당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업구조 개편의 명확하고 가장 큰 목적은 양재동에 있는 도시첨단 물류단지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라고 일축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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