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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30)'이변'의 20대…'변화된' 호남·TK·서울·2030

윤석열, 보수후보 첫 '호남 15%' 도전…이재명, TK '30%' 현실로?

2022-02-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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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20대 대선은 여러모로 '이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87년 직선제 이후 국회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지역별로는 서울과 호남, 대구·경북(TK) 민심이, 세대별로는 2030 청년세대 표심이 기존 대선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치러진 13대 대선부터 19대까지 7번의 대선 중 보수후보가 호남에서 15% 이상 득표한 건 전무했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가 보수진영의 아성인 TK에서 30% 벽을 넘은 사례도 없었다. 민주당의 집토끼였던 2030이 이재명 후보에게 지극히 냉담한 가운데, 민주당의 대선 승리 전제조건이었던 서울 또한 부동산 심리로 이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6일 발표된 뉴시스·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윤석열 43.3% 대 이재명 41.8%로 집계됐다. 같은 날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결과 역시 윤석열 37.2% 대 이재명 35.1%로, 두 조사 모두 윤 후보가 앞섰지만 격차는 오차범위 내였다. 그야말로 혼전 양상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호남서 20%대 넘나들어…국민의힘 한껏 고무 
 
하지만 설 이후 쏟아진 여론조사 결과들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기존 대선에선 쉽사리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특이점이 발견된다. 우선 호남에서 윤 후보가 보수후보로서는 처음으로 득표율 15%를 넘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후보는 호남에서 18.1%를, KSOI 조사에선 19.2%를 획득했다. 윤 후보는 지난 4일 펜앤드마이크 등 5곳이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선 24.4%, 헤럴드경제가 KSOI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선 26.2%, 리서치뷰와 UPI뉴스가 공동실시한 조사에선 31%를 기록했다.
 
이전 대선에서 보수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광주·전남·전북 합)은 18대 때 박근혜 후보가 거둔 10.5%였다. 가까스로 10%를 넘겼다. 앞서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9.9%,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4.3%, 15대와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각각 3.3%, 4.9%를 받았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9.0%,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2.5%를 기록했다. 호남은 보수후보에게 10% 이상의 득표율을 용인하지 않는,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시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추모탑 앞까지 가지 못하고,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윤 후보 뒤로 후보의 전두환 미화발언을 비판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연거푸 기록하자 국민의힘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준석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조사결과들을 언급하며 "더 겸손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설 당일 광주 무등산에 오르는가 하면 이후에도 전남 도서지역들을 찾으며 호남 표심에 구애 중이다. 윤 후보는 6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전두환 미화 발언의 후유증으로 참배는 하지 못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시민들 반대로)분향은 못했지만 마음으로 5·18 희생자에 대한 영령을 기렸다"며 "5월 정신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앞서 설 연휴를 전후해 232만여통의 손편지를 호남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윤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2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를 받는 건 부동산정책을 비롯해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다 이재명 후보 역시 대장동 의혹과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 등으로 도덕성과 '공정' 이미지에 큰 흠집을 남겼다. 호남에 기반을 둔 이낙연 전 대표 측 지지자들과 일부 강성 친문의 반이재명 정서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부산시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가덕도 신공항 2029년까지 개항,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부산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서울'에서조차 흔들…서울 패배=대선 필패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승리를 전제로 선거를 치렀다. 13대 대선 이후 보수후보가 서울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긴 건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유일했다.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서울 승리를 기반으로 대권을 쟁취했다.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기고도 최종적으로는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집값 폭등에 분노한 서울 민심은 줄곧 이재명 후보에게 비우호적이다. 이는 곧 정권심판, 정권교체 여론이 됐다. 
 
앞선 5개 여론조사에서 서울 민심을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국한하면 47.5% 대 37.8%(뉴시스-리얼미터), 43.2% 대 34.8%(국민일보-KSOI), 42.7% 대 38.0%(펜앤드마이크-PNR), 43% 대 35%(UPI-리서치뷰), 47.7% 대 35.3%(헤럴드경제-KSOI) 등으로 모두 이 후보가 뒤졌다. 서울 민심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건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매주 실시하는 정기 여론조사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주자로 선출된 지난해 11월5일부터 1월 4주차까지 실시한 10회의 여론조사를 복기하면, 서울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선 건 연말·연초 단 두 번뿐이었다. 이마저도 국민의힘 내홍으로 윤 후보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데 따른 반사효과가 강했다. 국민의힘 갈등이 봉합되고 전열이 재정비되자 다시 서울은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설 민심의 변화, 이 후보의 정책력과 추진력 등 비교우위를 입증할 TV토론 등으로 서울서 지지율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김혜경씨 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된 흐름이다. 반등 기회를 노리느라 전전긍긍 중이지만, '정권교체'에 맞설 '재집권 명분'을 설득하지 못하고 전선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TK서 첫 득표율 '30%' 도전…2030 어디로?
 
윤 후보가 호남에서 이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면, 이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선 사상 처음으로 TK에서 득표율 30%를 노리고 있다. 'TK 득표율 30%'는 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민주당 후보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마의 벽'이다. TK는 과거 야도였던 PK와 달리 줄곧 보수의 아성으로 자리했다.  
 
87년 직선제 이후 민주당 후보가 TK에서 얻은 득표율(대구·경북 합)을 보면 김대중 후보는 13대 대선에서 2.3%, 14대 대선에서 8.9%를 얻는 데 그쳤다. 그는 15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TK에서 13.1% 지지에 만족해야 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노풍'을 일으키며 정권재창출에 성공했을 당시 TK 득표율은 20.2%였다. 민주당 후보로선 처음으로 20% 벽을 깼다.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19.1%를 득표했다. 문 대통령은 재수 끝에 2017년 19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TK에서는 21.7% 획득에 그쳤다. 
 
다만 이번 20대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30% 벽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인 데다, TK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적폐청산에 앞장선 윤 후보에 대한 반감 또한 만만치 않다. 설 이후 5개 여론조사를 봐도 TK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2%(UPI-리서치뷰), 29.7%(펜앤드마이크-PNR), 25.8%(국민일보-KSOI), 23.2%(뉴시스-리얼미터), 20.0%(헤럴드경제-KSOI) 등으로 역대 어느 대선보다 뜨겁다.
 
2030 청년세대가 이 후보 대신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이변으로 꼽힌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윤 후보 결집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공식 투표결과는 지역별 정보만 표시되기 때문에 연령대별로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는 선거를 즈음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만 대략 유추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15대 대선부터 선거투표 행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0은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18대 대선과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선 조국 사태 등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과 부동산정책 실패 등이 겹치면서 윤 후보에게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이 후보에 대한 강한 비호감도 2030이 등을 돌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앞선 5개 여론조사에서도 2030 지지율은 주로 윤 후보에게 유리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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