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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당권 도전' 이재명 "'유능·통합' 김대중 닮겠다"

취임 두달 윤석열, 민생·현장 후순위 비판에…이재명, 첫 행보부터 '민생·경제'

2022-07-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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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 이후 첫 행보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청소노동자 간담회를 택했다. 특히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긴 세월 정치적 탄압을 받으면서도 통합의 정신을 실천했고, 1998년 한국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 등을 통해 유능함을 증명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닮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윤석열정부가 민생·경제를 뒷전으로 둔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김 전 대통령의 뒤를 따르겠다는 다짐을 통해 ‘유능한 일꾼’ 이미지를 강화, 대안적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18일 오전 서울 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당권 도전 공식화 이후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게 헌화하면서 방명록에 ‘상인적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으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제가 늘 말씀드리는 ‘민생 중심 개혁적 실용주의’ 노선”이라고 김 전 대통령과의 공통점을 찾았다. 
 
이어 “강한 야당의 대표로서 민주당을 서민과 중산층의 당으로 바로 세우고 위기 극복의 총사령관으로서 전대미문의 IMF 경제위기를 이겨낸 김 전 대통령의 길을 민주당이 가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열어주신 길을 따라 거침없이 가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윤석열정부의 민생·경제 실책에 따른 지지율 폭락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날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지난 11~15일, 전국 성인 2519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4%, 부정평가는 63.3%로 나타났다. 또 지난 15일에 발표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15명)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 32.6%, 부정평가 64.7%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취임 2달 만에 지지율이 폭락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경제위기 속에서도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이후 이날까지 민생현장을 챙기기보다는 주로 회의 참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3일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 6월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 7월8일 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7월14일 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등에 참석했다. 그러다 7월14일에 이르러서야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는 민생현장 행보를 겨우 시작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7월15일 보령해양머드박람회에 참석하자, 일각에서는 “지금 머드 축제 다닐 때냐”는 불만도 나왔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 첫 일정부터 민생 현장을 찾아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참배를 마치고 연세대학교로 이동, 노천극장 창고에 마련된 노조 사무실에서 청소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의원은 학교 청소노동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은 그것만 주라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그 이상을 주라는 최저선인데, (사용자는) 최저임금과 적정임금을 혼동하는 것 같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는 것도 노동자의 권리인데 화장실 앞 창고를 (노조의) 사무실로 쓰고 있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4년 전 경기도에서 청소·경비노동자의 휴게실 개선사업을 추진할 때도 가장 어려웠던 일은 예산 마련이 아니었다”며 “담당 관리자들이나 책임자들에게 노동자의 ‘쾌적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동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산하 기관들에 지침을 내리면 빈 공간에 소파 하나 달랑 갖다 놓은 채 사진 찍어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음악 소리가 크게 나는 곳에 휴게실을 설치해 아무도 쉴 수 없는 휴게실을 만든 일도 있었다”며 “정치와 행정의 책무란 지침을 내리고 법안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음을, 작은 빈틈조차 없는지 꼼꼼히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임을 절감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다수당 국회의원으로서, ‘쾌적하게 일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 창고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 현장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반명(반이재명)계가 당권 도전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분열’까지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앞서 반명계의 설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는가. 총선에 실패하게 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반대해온 이원욱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해 당대표에 출마한다고 하는데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당권을 잡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조응천 의원은 이 의원의 사법적 리스크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대표가 본격적으로 수사대상이 되면 당이 민생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치부될 것”이라며 “이 의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표직이 ‘인계철선’이 되어 당 전체가 전면적 대여투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께서는 긴 세월 탄압을 받고 정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해서 우리 국가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큰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개인적으로 정말로 닮고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애둘러 표현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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