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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재명, '방어'에서 '공세'로…검찰에 특검 '맞불'

주호영·대통령실 "시간끌기"…이재명 "단독 처리, 이번엔 물러서지 않는다"

2022-10-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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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자신을 겨냥한 ‘사법리스크’에 말을 아껴오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 개발이익 일부를 불법 대선자금으로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침묵을 깨고 적극적 공세로 전환했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검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남욱 변호사의 메모 등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여론전에 돌입하자 ‘침묵은 곧 죄를 시인하는 것’이라는 당내 여론이 형성, 적극적 공세로 기조를 바꿨다.
 
특히 이 대표는 예정에 없던 특별기자회견까지 열어 여론전에 맞불을 놓았다. 지난 1년 동안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이 했던 발언이 뒤바뀌자, 검찰의 조작수사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며 독립·중립성이 확보된 특별검사 임명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11시에 특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특검 도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이제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다.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은 왜곡되고 당을 향한 정치탄압과 보복수사의 칼춤소리만 요란하다”며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특검범위는 대장동 사건 관련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및 화천대유에 관한 실체 규명은 물론, 결과적으로 비리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준 (윤)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정수사 의혹 및 허위사실 공표 의혹, (윤)대통령 부친의 집을 김만배 누나가 구입한 경위 등 화천대유 자금흐름 진술이 갑자기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수사와 허위진술 교사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 관련 특검만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은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의한 특검이 추진될 가능성은 적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이날 오전 11시30분경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특검을 피하다가 이제 정권이 바뀌어 수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까 특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의 다름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의 특검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미 주 원내대표가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게 끝”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실상 거절할 것을 이미 예측한 듯 민주당 단독으로 특검을 처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중인 지난 3월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에게 대장동 관련 특검을 수용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윤 후보를 향해 “동의하시냐”고 5번이나 연달아 물으면서 압박했지만 윤 후보는 “이것 보세요!”라고 언성을 높이며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다소 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거부할 경우에는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고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지난 19일 소환 절차 없이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8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건네받았다고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남 변호사의 돈은 정민용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거쳐 유 전 기획본부장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유 전 기획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이 돈을 전달했다고 보고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만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강하게 저항했다. 이에 검찰은 남 변호사가 자금을 전달할 때 기록했던 메모를 확보했다고 언론에 전하며 민주장 주장을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사법리스크에 침묵을 일관하던 이 대표가 적극적인 공세로 태세를 전환한 것은 전날부터다. 당초 이 대표는 민생경제에 집중하고, 최고위원, 윤석열정권정치보복대책위원회 등 당을 통해 대응하도록 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자신에게 불거진 사법리스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검찰이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여론전에 돌입하자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이 대표가 직접 반박하는 모양새로 공세를 전환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 한 사람”이라며 “저는 여전히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는 입장을 냈다. 
 
또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남 변호사의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 영상이 담긴 17초짜리 영상을 첨부하며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해당 인터뷰에서 “내가 그 사람(이재명)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은 트라이(로비)를 해봤겠나. 씨알도 안 먹힌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남 변호사의 해당 발언을 소개하며 검찰의 조작수사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남 변호사 인터뷰 영상을 언급하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왜 남 변호사는 진술을 바꿨나”고 지적한 뒤 “자유로운 상태에서 언론인터뷰를 했을 때는 ‘12년간 트라이를 했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고 한 사람이 1년이 지난 다음에 돈 몇 억을 저를 위해 주고, (그것도)대선자금으로 줬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꼬집었다. 특히 개발업자들끼리 나눴던 이익을 공공이익환수하도록 하고, 1100억원 추가 환수해 “공산당 같은 XX”라고 욕한 이들이 자신에게 대선 경선자금을 줬다는 게 상식에 부합하냐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거듭 말 드리지만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 관련자들의 말이 바뀐다. 진실을 찾아 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죄를 주기 위해 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차 “저는 불법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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