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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아귀가 맞지 않는 정책, 흔들리는 교육

2023-12-29 06:00

조회수 :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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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는 아귀가 잘 맞아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는 힘만 들어갈 뿐 잘 돌아가지고 않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톱니바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도 아귀가 잘 맞는 게 최우선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국가의 정책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세밀한 부분까지 아귀가 잘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이 아귀가 맞지 않게 잘못 돌아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7일 '2028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 확정 발표를 통해 오는 2025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내신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는 '5등급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연도부터 도입하기로 한 '고교학점제'와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지금처럼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대학과 같이 직접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자신의 꿈과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학교 내신을 '상대평가 체제'로 할 경우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유리한 과목만 골라서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교학점제'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9등급 상대평가 체제' 유지도 '사교육 경감'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와 아귀가 들어맞지 않습니다. 내신은 '5등급 체제'로 바꾸면서 수능만 '9등급 체제'로 하면 변별력 면에서 수능이 내신을 압도해 수능의 중요성만 커지게 됩니다. 이는 내신보다 수능 준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사고·특목고·외고 등의 인기를 부추겨 일반고 황폐화 현상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특목고·자사고·외고 등의 학비를 부담할 수 있고, 사교육비 지출 능력이 높은 경제적 상류층의 자녀들만 대입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입니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교육 정책이 이렇게 아귀가 맞지 않게 돌아가면 안 됩니다. 톱니바퀴가 아귀를 맞추지 않은 채 돌아가면 고장 나듯이 교육 정책도 이렇게 엇박자로 추진될 경우 우리 아이들만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잘못된 교육 정책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은 톱니바퀴를 수리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 무수한 아이들이 잘못된 교육 정책의 피해자로 남을 겁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그 시작부터 아귀를 잘 맞춰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하고 있다.(사진 = 교육부)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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