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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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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모으기' 달인이 되려면

2024-05-10 15:27

조회수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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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취미(?)가 생겼습니다. 폐지를 줍고 있습니다. 폐지라고 말은 했지만 진짜 종이를 모으는 건 아닙니다. 클릭 한 번으로 끝나거든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쌓이는 10원 언저리의 돈이 고물상 폐지 판매가격 같다고 해서 농담으로 '디지털 폐지 줍기'라고 부르곤 합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공유한 핀테크 서비스의 광고 링크를 클릭해 10원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끔 10원 넘게 주는 링크가 뜨면 다들 쾌재를 부릅니다.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링크도 있어 민첩함은 필수입니다. 
 
디지털 폐지 줍기는 꽤 사교적인 활동입니다. 사람이 모여야 더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이죠. 친구들과 만나서도 폐지 줍기는 계속됩니다. 핀테크 앱 토스를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익숙하실텐데요, 주변에 다른 사용자가 앱을 켜면 1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함께 10원을 나눌 수 있다면 환영합니다. 콘서트장이나 운동 경기장은 함께 켜기 성지라고 불립니다. 심지어 동네 공원에는 몇 시에 모여 함께 토스를 켜면 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상부상조에 진심인 그들은 광고 링크 공유는 기본이고 시간마다 각종 앱 내 퀴즈 정답을 커뮤니티에 올립니다. 세상에 10원짜리 퀴즈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아직 하수인지라 모은 돈이 많지 않지만 10원씩 모아 몇 만원을 만든 폐지 줍기 달인이 수두룩합니다. 집념의 결정체나 다름없죠. 왜 그렇게까지 모으는 걸까요? 디지털 폐지를 줍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를 고물가, 고금리 시대의 영향이라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영향도 있겠지만 10원, 20원 모으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들에게도 폐지 줍기는 취미의 영역입니다. 푼돈 모으기가 취미가 되는 것 또한 어찌 보면 고금리 시대의 단면일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디지털 폐지 줍기의 세계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웹 광고 클릭 리워드 2원, 3원짜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선착순 인원도 줄어들었고요. 만보기나 함께 켜기처럼 앱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주는 종류의 폐지 줍기도 얻을 수 있는 금액이 줄었습니다. 앱 프로모션이나 다름없는 기능이다보니 기업들은 어느 정도 사용자가 모이면 혜택을 축소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맡겨놓은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창 취미로 즐기던 입장에서는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달인들은 늘 새로운 디지털 폐지 더미를 찾아내곤 하더라고요. 아직은 조금 더 폐지를 주워볼까 합니다.
 
디지털 폐지 줍기는 새로운 시대의 취미라고 할 만 하다. 사진은 잔돈을 모으는 저금통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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