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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다시서는 건설)산업의 근간 '전문건설사' 살려라!

(기획)④업계, 정치권 불공정행위 개선움직임에 '기대'

2013-01-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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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국 건설업 종사자 수는 무려 96만9000명. 이중 상용근로자가 59만5000명, 임시·일용직은 35만7000명이다.
 
종합건설업체수(9월기준)는 1만1489개로 국내 전체 건설업체(6만208개)의 19.1%를 차지한다. 반면 이들로부터 하청을 받는 전문건설업체수는 전체의 63.2%인 3만858개에 이른다. 나머지는 전문건설업체와 구매 및 임대 계약을 하는 자재·장비업체들이다.
 
이처럼 건설업계 종사자가 100만에 육박하고 건설업체 대부분이 중소형 업체인 통계 수치만으로도 전문건설사들이 건설산업의 근간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대형 건설사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고급 인력을 활용한 수주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건설 현장 기술자와 인부를 고용하고 장비 사용 계약을 하는 일은 전문건설업체의 몫이다. 전문건설업체가 시장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건설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의 종속적 지배, 불공정 하도급 등이 여전해 전문건설업계가 불황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종합사 무너지면 '줄도산'..고질적 종속관계
 
종합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할 때 대금을 받을 길이 없어진 하도급 업체들은 줄줄이 도산을 맞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부도를 맞거나 폐업한 업체는 지난 2011년 모두 2612개였다. 2008년 2369개 업체를 기록한 이후 매년 2000개가 넘는 업체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1610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26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A건설과 4건(678억원)의 하도급을 계약한 B산업은 대금 22억원을 받지 못해 도산했다. 또 3건(62억원)을 계약했던 C건설은 24억원을 받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8월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D토건과 계약한 E토건의 경우 계약 9건 779억원 중 하도급대금으로 수령한 350억원을 만기 미결제 해 부도처리 됐다. 3건(473억원)을 계약한 F공영은 21억원을 못받아 도산했다.
 
앞서 같은 해 4월30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G산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H건설은 기업회생 기회를 잃었다.
 
이 회사는 255억원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대금 30억원과 전자어음으로 수령한 15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신용불량상태가 됐다.
 
이후 법정관리신청으로 회생을 도모했지만 하도급 계약을 맺었던 나머지 5개 종합업체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회생절차 폐지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부당 하도급 없는 '수평적 관계'로 가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업체들이 종합건설사와의 고질적인 종속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조적 문제가 많은 하도급 생산방식에서 직접시공 업체가 합당한 대우와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장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건설 업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행 '국가계약법령 및 지방계약법령'이 규정한 '분할발주 금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주자에게 건설공사의 특성에 맞는 발주 방식 선택권을 부여해 종합사들과의 수직적 관계를 해소해 보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발주자와 전문건설업체 간 직접 계약이 가능해져 하도급에 의한 불공정 거래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최저가 낙찰을 유도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입찰에 붙이는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정승화 전문건설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원도급자는 과도한 덤핑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하도급 공사는 원사업자의 일방적인 대금 결정으로 이뤄진다"며 "이 때문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말도 안 돼는 계약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하도급 입찰 종료 후 원사업자가 실행가격(예가)과 최저가 투찰자, 투찰금액을 즉시 공개하는 제도를 법제화 해 하도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도급자의 지위를 남용한 부당특약 설정행위도 업계의 경계 대상이다.
 
현행법상 부당한 특약과 조건을 정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당초 계약 외 발생하는 돌발 비용 모두를 하도급자에게 전가하는 특약이 존재한다.
 
업계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계약관련 서류에 '하도급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내용의 효력 무효' 조항 신설과 당초 계약 외 발생한 추가 공사비 지급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업체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하도급 공사비를 우선 변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원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특히 "원사업자의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외담대(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를 어음대체 결제수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이미 발행된 외담대의 경우 원사업자가 만기 미결제 하더라도 하도급업체에 상환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표준품셈 확대에 '기대'
 
정치권과 정부도 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9대 국회는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 법안 8건을 발의했다. 대선 국면을 맞아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법안들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역시 최근 '중소기업인과의 만남' 자리에서 징벌적손배상제를 언급하며 단가 후려치기에 경종을 울렸다.
 
박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에게 "배상액을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최대 10배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피해 구제 등을 위한 집단소송제와 함께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전문업계 부담 덜기에 동참했다. 국토부는 건설공사의 적정 예정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 151개 항목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표준품셈 항목 수가 20개 늘어난 2458개가 됐다.
 
개정을 통해 현장 여건에 따른 품셈의 할증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동안 인력작업 관련 할증기준을 발주기관이 잘 반영하지 않아 시공사 간 다툼이 많았다.
 
김문중 전문건설협회 고충처리부장은 "표준품셈 실사를 벌이고 있는 중인데 말이 현실화지 몇 년째 단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관련 정책이 조금 인색하긴 하지만 이번 개정은 업계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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