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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증권가, 은행·저축은행에 안방 내주나

2013-08-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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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증권사가 은행과 저축은행에 안방을 넘겨줄 위기에 쳐했다.
 
 
최근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저축은행에 펀드를 판매해주는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들의 PB사업부와 웰스매니지먼트 담당 본부장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넓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증권업의 투자일임업을 은행에도 허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고사위기에 처한 저축은행을 위해 펀드와 보험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 타업권이 투자일임과 펀드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은행권이 신탁을 통해 투자일임 업무를 어느 정도 수행하는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시중은행은 계열 증권사를 통해 투자일임 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일임 업무를 완전히 허용하면 최악의 경우 강력한 인프라를 지닌 시중은행에 해당 시장을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증권업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증권사의 전문영역에 진입할 경우 시장잠식은 물론 과거 은행에서 발생했던 불완전판매의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증권업의 영역에 진출한다면 지점과 자본력 등 증권사대비 강력한 인프라를 통해 해당 시장 확장은 물론 시장 잠식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증권사는 해당 기업의 전망이나 자료를 보는 것 외에도 직원들의 시장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지만, 은행과 저축은행은 본사에서 지시한 상품만을 판매한다"며 "은행과 저축은행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일임 업무를 허용해주면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난 2008년 리먼사태 당시 은행을 통해 판매된 많은 주식연계상품들로 손실이 난 고객들과 불완전판매 분쟁이 끊이지 않은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단지 수익성에만 눈이 어두워 투자일임업에 진출을 요구하거나 저축은행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위기가 발생시 투자자보호 등 손실의 파급력에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업계는 은행 등 타업권이 증권업계로 업무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역차별의 서러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득권을 이용해 수익성이 더 좋은 증권업계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방카슈랑스 등 다른 업무들도 확장해왔다"며 "반대로 생각해보면 증권사도 수신 받아 영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증권업이 은행업과 차이가 나는 것은 주식매매, 채권 중개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증권업계야말로 지원책이 절실하다"며 "오히려 지금은 증권업계에 은행의 일부 기능 허용을 검토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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