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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다시 强달러 시대)미국서 웃고 세계에서 운다

달러 나홀로 강세..유로화 약세에 유럽지역 수출 '타격'

2015-03-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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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3.90원 오른 1,126.50원을 나타내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달러 강세가 뚜렷하지만 수출기업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달러 강세와 함께 유로화와 신흥국 화폐의 약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손익계산도 한층 복잡해졌다. 일단 대미 수출에서 득을 볼지라도,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에서는 일정 부분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126.5원에 마감했다. 사흘 연속 오름세다. 유로화의 약세는 더 가파르다. 달러·유로 환율은 10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1.07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2003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화뿐만 아니라 터키(리라화), 멕시코(페소화), 브라질(헤알화) 등 주요 신흥경제국 통화도 일제히 달러 대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지표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미국 경제가 원만하게 살아나면서 달러 나홀로 초강세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달러 강세로 수출기업, 특히 북미 수출비중이 큰 기업들은 이득을 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전통적으로 대미 수출만 고려하는 영향이 있는데, 실제 현장은 이와 다르다"며 "경영 일선 움직임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실적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3%에 그친다.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25.4%로 여전히 1위이며, 유럽연합(EU)도 9.0%로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흥국이 몰린 중남미도 6.3%의 비중을 보인다.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오히려 아시아국가연합인 ASEAN(14.9%)보다 떨어진다. 동남아지역에서 일본 기업의 진출이 압도적인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기업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달러가 원화 대비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수출 업체들에게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대미 수출에서만 제한적이고, 실제로는 대중 수출(비중)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강달러의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달러에 대해서 한국통화가 느리게 약해지고, 유로화는 빠르게 약해진다면 유로화에 대해서는 한화가 강세가 되는 셈"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자체가 다른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똑같은 기업이라도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달러에 비하면 우리와 일본, 유로화가 모두 약세이지만,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면 유로나 엔화보다는 한화가 더 강세”라며 “어느 산업에 좋다 나쁘다 보다는 경쟁 상대국에 따라 수출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러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현지화된 기업의 경우 달러 강세의 영향이 보다 더 제한적일 수 있다. 가장 수혜업종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 한국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보다 미국공장에서 현지에 소비되는 물량이 더 많다. 원화약세의 혜택을 기대기 어려운 환경인 것.
 
주현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만 하더라도 해외생산이 절반이 넘는다.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는 게 많은지, 국내에서 수출하는 것이 많은 지에 따라 환율 영향이 크게 다를 것”이라며 “산업 자체가 글로벌화돼다 보니 특정환율 영향을 쉽게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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