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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비대면 서비스 확산 움직임…은행권, 직원 전문성 확대로 변화

서비스직, 재교육 후 자산관리로 이동…"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

2015-12-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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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서비스로 '셀프뱅킹(Self Banking)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은행들은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단순 금융거래업무를 기계가 대신 처리해주는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해당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니 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돼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일부 은행들은 자산관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 쪽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인증 기술의 발달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자산관리 업무가 은행권 내에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계좌발급 기술을 상용화한 신한은행은 기존 직원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직무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신한금융사관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직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을 상대로 자산관리업무, 기업관련 업무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겠다"며 "이 인력을 활용해 심층적인 고객상담과 자문업무 쪽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들고 비대면 채널 강화로 점포가 무인화·기계화되자 이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한은행 노동조합도 이러한 사측의 방침에 협조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 노조는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현 상황에 맞춰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 직군의 처우를 증진시키는 한편, 이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는 방안을 먼저 은행에 제시하기도 했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인력 감축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인력 감축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3000명의 직원이 돈을 찾고 신고받는 단순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면서 재교육을 시켜 전문상담 쪽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노조가 사측의 재교육 방침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이유는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현 상황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신한은행이 런칭한 '써니뱅크'와 '디지털 키오스크'는 은행 직원이 딱히 필요없을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디지털 키오스크는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인데, 지점 입출금 창구 거래의 90%에 해당하는 총 107개의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다. 
 
무통장 송금,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OTP·보안카드 발급, 부채증명원 등의 증명서 발급, 예·적금 및 펀드 신규 가입 등 은행 직원들이 하던 일을 기계 혼자 도맡아서 하는 셈이다. 
 
디지털 키오스크 창구는 수도권 17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영업점에 총 24대가 설치됐고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신한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동일하게 불고있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단순 업무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지난 9월 'PB 전용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은행 내부에서 전 영업점 당 2명씩 총 1700명의 직원을 자산관리 전문인력으로 선발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전 직원의 자산관리업무(PB)화를 목표로 한다"며 "비대면 채널 늘어나는 추세라, 앞으로 자산관리 쪽 직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 금융연구소 전문가는 "온라인 기반 은행이 나오기 전부터 은행권에는 전문인력 수요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자산관리가 중시되면서 자문 업무로의 인력 재배치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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