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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박병호 "한국의 기분 좋은 아침 위해 열심히 뛸 것"

2016-01-0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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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메이저리거로 변신한 타자 박병호(30·미네소타트윈스)가 "스스로 만족하는 시즌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각오를 내비쳤다. 
 
박병호는 7일 오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에메랄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 소감과 새로운 무대를 향한 포부를 함께 밝혔다.
 
앞서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지난해 12월2일 계약기간 4년, 계약총액 1200만달러(한화 약 143억9160만원, 이전 소속팀인 히어로즈가 받을 1285만달러 포스팅비 별도)에 계약 후 다음 날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메이저리그 진출 확정 이후 한국에서 진행하는 첫 공식회견으로 시작 전부터 취재진은 물론 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병호. 사진/뉴스1
  
다음은 박병호와의 일문일답.
 
-메이저리그에 가게 된 소감, 그리고 목표는.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야구를 잘 한다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내가 (미국으로) 가서 어떻게 한다는 장담은 못한다. 수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큰 꿈을 갖고 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는지.
 
▲미국에서 성공해서 좋은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만약 그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다시 돌아오게 되면 넥센으로 가겠다. 한국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승엽 선수의 전례를 밟아 한국의 홈런 기록을 경신할 생각은 없는지.
 
▲(대한민국 KBO리그의 최다홈런 기록은) 내가 넘을 수 없는 기록이라고 본다. 생각 안 하고 있다.
 
-개막전에서 김현수와 맞붙는다.
 
▲김현수와 만날 것에 대해 기분 좋게 기분 생각하고 있다. 한국서 함께 활동하다 미국으로 와서 만나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좋은 대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직접 만나고 싶었던 미국 팀은.
 
▲어떤 투수, 어떤 팀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팀에 정말 도움이 되고 하루빨리 자리잡고 정규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타율·홈런·기록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한다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장담을 못 한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상대를 해야할 시간이 필요하다. 수치적으로 얘기를 할 수 없다. 큰 꿈이 있고 노력을 많이 그리고 꾸준히 해서 스스로 만족하는 시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올 시즌 최대 목표다. 
 
-조 마우어를 만났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서의 기자회견 전날 마우어가 구단에 전화해 나의 입단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도 이름을 아는 선수였지만 실제 만나서 보니 체격이 커서 놀랐다. 반갑게 환영을 해줬고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도 도움이 되겠지만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말해줘 고마웠다.
  
-해외 언론에서 어떤 별명을 듣고 싶은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부르던 별명을 들었는지 '박뱅'이라고 부르더라. 특별한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불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미국 미네소타에 대한 인상은.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국 날씨와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구단 직원들이 죄다 "여기 날씨 어떤 것 같냐"고 하나같이 물어 신기했다. 감독은 "추운 날씨지만 우리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왔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날씨는 적응해야 한다.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선수는 없지만 나도 환경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박병호 선수에 대한 악플러가 유명하다. 고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원래 노코멘트(No Comment) 하려고 했는데 질문을 주셨다. 아무래도 예민하다. 나는 그냥 정말로 만나보고 싶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같이 사진을 찍어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면 본인도 느낄 것 같다. 가족 분이 "우리 아들이었네", 친구 분이 "우리 친구였네" 등의 이야기가 나올텐데 어떻게 느끼려나 궁금하다.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박병호. 사진/뉴스1
 
-홈 구장인 타겟 필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 봤을 때 "야구장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측 폴대까지의 길이와 중앙 펜스까지의 길이는 잠실야구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좌측에서 중앙까지 잠실처럼 곡선이 아니라 직선이기에 좌중간 길이는 길지 않다고 봤다. 직접 가서 타격 훈련을 하며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만큼 저도 제가 한국에서 그랬듯이 많은 장타를 쳐야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빨리 가서 적응하고 장타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빠른 공에 밀리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보완했는지.
 
▲상체를 많이 넘겼던 이유는 그만큼 공을 당겨서 치고 공간을 만들려는 의도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부분이 더 강력한 투수들을 상대했을 때는 밀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작년 캠프를 앞두고부터 준비를 했다. 상체가 넘어지는 모습이 지난 시즌에는 훨씬 적어졌다. 잘 준비가 된 것 같다. "메이저리그를 꿈꾸기 위해서 그런 준비를 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기보다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할 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인의 영어가 얼마나 통할 것으로 보나.
 
김하성 선수가 제가 호텔에 들어오면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많이 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과목보다 영어를 좋아했다. "영어를 잘 한다"고 내 입으로는 말 못하겠다. 정확한 것이 아니니 창피하다.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나도 향후 몇 년 후 통역 없이 자연스레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 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하겠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많이 늘어났다.
 
▲나도 이제 처음 도전하는 것 아닌가. 추신수 선배가 우리들을 굉장히 반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선배가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을 하고 한국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선수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야구에도 도움이 되고, 선수들도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와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도전을 하게 됐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할 것이고 앞으로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미국에 돌아오면 "넥센으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정들었던 넥센 가족들에게 한마디 부탁하겠다.
 
▲구단의 동의가 있어 포스팅이 가능했다. 이장석 사장과 남궁종환 부사장 등의 도움에 감사하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돼 넘어왔을 때부터 (이 사장과 남 부사장 등이) 내게 미래에 꿈을 정해주셨다. 내가 그런 꿈을 잊지 않을 수 있게 옆에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고 만났던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열정을 끌어올려줘 정말 감사하다. 어제 많은 넥센 동료를 만났는데 고맙다. 넥센에 빨리 스며들어 팀의 동료가 됐는데 팀의 동료가 되게 적응하도록 도와줬기에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박병호. 사진/뉴스1
 
-계약 조건에 대해 조금 아쉬워하는 팬들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계약 결과에 대해 말해달라.
 
▲미네소타로 계약 전에 출국하면서 공항에서 "언론에 말하는 것보다 금액이 작다"고 얘기하고 갔다. 포스팅이라는 제도가 선수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선수가 계약 가능한 며칠을 앞두고 계약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에이전트와 충분한 대화를 했고 미네스타 구단과 이야기할 때도 수정된 부분이 있다. 하루빨리 계약해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이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다음 선수들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예상금액에 많이 못 미치지만 그 부분 다 설명할 수는 없고, 서로 여러가지 이야기가 다 끝났기에 계약하게 됐다.
  
-몸통 스윙,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
 
▲내가 100% 힘을 낼 수 있는 스윙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강정호가 "폼 바꾸지 말고 여러가지 신경쓰지 말라. 한달만 뛰면 몸이 알아서 반응할 것"이라 하더라. 나도 그 생각을 믿는다.
 
-올해 넥센은 어떨 것 같은가.
 
▲현재 넥센 선수 분위기가 "우리가 할 수 있다", "우리가 좋은 선수가 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하지 않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분명히 넥센에는 좋은 유망주 선수도 있고 기회를 많이 받아야할 선수들이 있기에 그런 선수들이 메꿔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이 많이 연습해 빠른 야구로 변신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홈런에도 선수 파워가 많이 길러지고 있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미네소타에는 이전까지 가본적이 있나.
 
▲스프링캠프는 혼자 참석하게 되며, 가족은 3월말 무렵에 미네소타로 넘어가려고 한다. 미네소타에는 가족 누구도 가본 적이 없다.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플로리다에서 볼티모어로 바로 경기를 하러 가는데 그때에 맞춰서 가족들도 넘어올 것 같다. 미네소타는 가족 누구도 가본 경험이 없다. 
 
-강정호가 지난 해 넥센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1월말 미네소타의 공식 행사가 있어 미네소타에 가야 한다. 그 전까지는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 생각이다.
 
-수비를 하지 않으면 타격에 영향을 미치나.
 
▲"맞춰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수비를 하면서 타격을 해왔기에 그것이 더 편하긴 하지만, 조 마우어가 있기 때문에 지명타자를 해야한다면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겠다.
 
-기자들이 김현수의 약점을 물으면 알려줄 것인가.
 
▲미국 기자들이 그렇게 물으면 "없다"고 답하겠다.
 
-맞대결이 기대되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강정호가 커쇼를 상대로 안타를 치는 것을 보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었다. 상대할 가능성은 적지만 커쇼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싶다.
 
-미네소타는 "박병호가 프로가 되기 전부터 살펴봤다"고 언급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미네소타 한국 담당 스카우터가 (입단을) 제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당시 LG트윈스 팬이었고 LG트윈스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강했기에 "1차지명을 받지 못하면 가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도 만나면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이렇게 될줄 몰랐다. 그리고 그런 사연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쿠바와(쿠바 출신 선수들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각 나라마다 신체 조건과 힘이 다르다고 본다. 다만 다르다고 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저도 특정 선수를 비교하기 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얼마만큼 뽑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네소타 구단 역시 제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빨리 적응을 해서 그런 기대로 보답을 하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힘 있는 타자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병호. 사진/뉴스1
 
-미국에 가면 한국에 대해 생각날 것은 무엇이라고 예상하는가.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다가 떨어져 지내야하기에 가족과의 만남이 자주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것 같다. 미네소타 가서 스테이크를 많이 식사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 음식들이 많이 그리웠다.
 
-미네소타와 계약한 후 한국에 돌아와 무엇을 했는가.
 
▲계속 개인 운동을 하며 준비했다. 가족과 식사를 했고, 오랫동안 미국에 떨어져야 해 만나야 할 사람과도 식사를 했다. 만났던 많은 분들이 축하해줬다. 앞으로 큰 꿈을 갖고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플로리다에 차려질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가 김현수나 강정호가 있는 곳과 같은 지역이다.
 
▲자동차로 2시간 거리라고 들었다. 주말에 쉬면 한 번씩 만날 것 같다. 팀 훈련이 시작되면 잘 못 만나리라 생각이 든다. 미네소타에서 구단 행사를 하고 플로리다로 간다면 시간 여유가 있어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눌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지켜볼텐데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
 
▲우리나라 선수들이 무대를 한정하지 않고 더 큰 무대를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오전에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과 팬들이 지켜볼거라 생각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박찬호 선배님의 경기를 보면서 아침을 시작했듯이 말이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으로 인해서 하루가 기분좋게 시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새롭게 미국 야구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한다. 아침이 기분좋게 시작되도록 미국에서 경기를 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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