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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아이티는 몬트리올 협약국 아냐…지연 손해액 다시 판단"

운송업체 상대 손해배상 상고심서 원심 파기 환송

2016-03-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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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아이티 공화국은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이 국가에 납품 지연의 책임이 있는 운송업체의 손해배상 범위는 이 협약에 따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국내 국방장비업체 M사가 글로벌 운송업체의 국내 법인 D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2111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운송계약상 출발지인 대한민국은 몬트리올 협약 당사국이지만, 도착지인 아이티 공화국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 사건 운송계약에는 원칙적으로 몬트리올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M사는 아이티에 있는 국제연합 아이티 안정화 임무단에 파병된 국군 파견부대에 광파거리측정기 2세트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11년 9월 D사와 임무단의 로그베이스까지 운송해 줄 것을 의뢰하는 내용의 항공운송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화물 4상자 중 주장비가 들어 있는 용적 22.2㎏의 상자 1개가 목적지인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고, D사는 이 화물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한 채 나머지 화물인 3상자만을 배송했다.
 
이에 M사는 분실된 광파거리측정기 1세트의 납품가격인 2344만원과 새로 광파거리측정기 1대를 구매해 납품하게 되는 지연으로 대한민국에 부담한 지체상금 295만원의 합계인 2639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D사는 이 운송계약의 약관 제6조에 따라 배상책임이 미화 555달러(22.2㎏*1㎏당 책임한도액 미화 25달러)로 제한되거나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377.4SDR(22.2㎏*1㎏당 책임한도액 19SDR)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운송계약에서 약정한 운송료 141만원을 지급받지 못했으므로 미수령 운송료채권으로 화물 분실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대등액에서 상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몬트리올 협약 제22조 제3항은 "화물의 운송에서 화물의 파괴·분실·손상 또는 지연이 발생하면 운송인의 책임은 1㎏당 19SDR로 제한된다. 단 송하인이 도착지에서 인도 시 이익에 관한 특별신고를 했거나 필요에 따라 추가 요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몬트리올 협약 제22조 제3항에 따른 배상책임제한 규정을 적용해 421.8SDR(22.2㎏*1㎏당 책임한도액 19SDR)에 당시 1SDR의 원화 환산액 1718.98원을 곱해 D사가 배상해야 할 금액을 72만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M사가 D사에 대해 도착한 화물 3상자에 해당하는 부분의 운송료 104만원(141만원*61.3㎏)의 운송료채권이 있다고 인정했고, D사의 운송료채권액이 M사의 손해배상채권액을 초과해 손해배상채권이 소멸했다며 M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M사는 몬트리올 협약 제22조 제3항의 규정에 따른 배상책임제한 규정의 적용배제 요건을 모두 갖췄으므로, D사는 화물 분실로 발생한 실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M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운송장에 화물 4상자의 실제 가격이 기재돼 있고, 함께 화물에 부착된 상업송장에도 실제 가격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는 점, D사의 물품 수거 직원도 각 화물이 고가의 물품인 것을 확인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M사가 화물을 인도할 때 '이익의 특별한 신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D사가 광파거리측정기 1세트의 신고가액인 1만9893.07달러의 당시 매매기준율인 1113.50원으로 환산한 2215만원을 한도로 하는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104만원의 운송료채권을 상계해 211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D사의 상고에 대해 "원심에 이르기까지 양사의 운송계약에 관한 분쟁에 몬트리올 협약을 적용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규범 체계로 볼 때 이 운송계약이 이 협약에서 정한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를 근거로 해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등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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