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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한달 내내 야근해도 '수당 0원' 포괄임금의 덫

실제 발생한 수당이 계약상 수당보다 많으면 추가 지급해야

2016-04-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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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모(30) 씨는 최근 야근수당 문제를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을 벌였다. 지난해 일부 동료들이 1~2개월 내내 야근을 하고도 열흘치 수당만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이씨와 다른 동료들은 최근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돼 사측에 미지급 야근수당 정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의 답변은 당황스러웠다. “급여에 이미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돼 별도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사측은 복리후생 차원에서 야근 직원들에게 월 최대 20만원 범위 내에서 근로계약에도 없는 수당을 추가 지급해왔다고 생색을 냈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면서 이씨의 회사처럼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포괄임금계약은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연장근로수당을 월 정액급여에 포함하는 방식의 근로계약 형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31.8%가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다. 판례는 정확한 노동시간 측정의 어려움, 회계상의 비효율성 등을 감안해 포괄임금제를 합법적인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포괄임금계약이 합법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근로계약 당사자들 간 동의가 필요하고 노동자에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또 실제 노동시간이 포괄임금의 기준이 된 노동시간보다 긴 경우, 포괄임금 중 연장근로수당은 평일 주간으로 계산됐으나 실제 연장근로는 야간에 이뤄지는 경우 고용주는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씨의 회사는 실제 발생한 수당이 근로계약상 수당보다 많았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에 해당하며, 근로계약상 초과 노동시간이 법정 한도인 28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보다 많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자체가 복잡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추가로 발생하는 수당에 대해서는 판례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을 발표하면서 “포괄임금제를 빌미로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거나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이를 남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사업장 500개소에 대해 근로감독을 벌이고, 장시간 노동 개선조치가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반영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해 9월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노사정위 논의 중단 농성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규탄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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