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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입니다.
(단독)증권사 직원이 수십억 금융사기…"7년간 몰랐다"

고객·동료에 "고금리 보장" 약속하며 50여억원 사기

2016-05-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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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 증권사 직원이 2009년부터 올해까지 7년여에 걸쳐 동료 직원 및 고객들을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금융사기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증권사는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감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 또 증권사로부터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자체 조사만 지시하는 등 관리감독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16일 D증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증권사 부천지점 소속 안모(여·30대 후반)씨는 지난 2009년부터 동료 직원과 고객, 외부 고객 등을 대상으로 '월 6%, 연 72%'의 고금리를 보장한다며 유사수신행위를 했다. 유사수신행위란 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전체 피해금액만 47억여원이다.
 
 
안씨는 이 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고객만족 우수직원으로 뽑힐 정도로 사내외 평판이 좋았다. 증권사 간판과 장기간 축적된 넓은 인맥은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담보로 금융사기를 벌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를 믿고 돈을 댄 사람들이 워낙 많아 안씨의 돌려막기는 무려 7년이나 유지될 수 있었다. 그이렇게 모은 돈으로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등 VIP 대접을 받으며 호화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에게 투자했다가 이자를 못 받은 일부 고객이 올해 4월 초 증권사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로소 7년 만에 안씨의 금융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안씨에게 돈을 댄 동료 직원들 역시 그를 인천지검에 사기죄로 고소했다. 인천지검은 현재 관련 내용을 수사 중이다.
 
뒤늦게 사고를 인지한 회사는 감사팀을 중심으로 사후 대처에 나섰다. 증권사 측은 "감사인원 6명을 투입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했다"며 "안씨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 800여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외부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여부 확인을 위해 21개 금융기관의 안씨 개좌 개설 여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투자금액 47억여원 중 돌려받지 못한 순수 피해금액은 10억원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 자체 감사에는 자사와 거래하지 않는 외부 고객들의 피해규모가 빠져 있어, 이를 더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증권사 측은 이번 사고를 '개인 사기행각'으로 치부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우리 증권계좌나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안씨가 개인 인맥을 통해 거래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위법행위이므로 회사와는 무관하며, 우리 계좌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간 거래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자체 감사와는 별도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D증권 안팎에서는 말단 여직원이 7년에 걸쳐 금융사기를 벌였다는 점에서 다른 직원에 의한 유사수신행위, 회사 윗선과의 연줄 등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은 금융감독원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D증권으로부터 4월 중순쯤 사고를 보고받았다"며 "금융기관이 직접 개입했거나 조직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판단, 자체 감사를 진행하도록 지시했으며 감사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증권사와 금감원 모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는 직원인 안씨의 위법행위를 관리감독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할 책임은 물론, 안씨의 고용주로서 개인 위법행위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며 "금감원 역시 장장 7년간 벌어진 사고라면 증권사에 자체 조사를 지시해 시간만 벌어줄 게 아니라 직접 조사에 나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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