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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피플)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트럼프 후폭풍, 차츰 누그러질 것"

"달러·미국 자산 투자 유망…신재생에너지 위축 우려 과도"

2016-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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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현재 나타나는 급격한 변동은 예상치 못했던 팩트를 반영하는 것이고, 8~9년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따르는 과민한 초기 반응이다. 트럼프가 인수위원회를 꾸려서 시장과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차츰 누그러질 수 있다고 본다. OPEC의 감산,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등도 트럼프의 정책과 맞물려 반응할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차분히 대응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주문하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뉴욕 증시는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 15일까지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지수도 지난 18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라 주목된다.
 
김 센터장은 1995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1999년 교보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분석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KTB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3년 말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돼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뉴스토마토
 
트럼트가 당선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선 결과가 나온 날 센터 상황은 어땠나.
11월 초면 보통 내년시장을 전망을 할 때라 내년을 위한 준비를 당연히 해왔었다. 현재 상태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가능성 높은 미래를 상정해서 전망을 하는데(트럼프 당선 전까지는) 민주당 정권 정책의 연속성을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선 전)월요일과 화요일에 미국시장이 반등하는 것을 보고, 시장은 힐러리가 되면 주가가 많이 오르고 트럼프가 되면 주가가 많이 빠질 것이라고 했었는데, 먼저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힐러리가 되면 되자마자 빠지고 트럼프가 되면 빠지긴 하겠지만 오히려 많이 오르는 것 아니냐 이런 우스갯소리도 했었다. 발표 당일 날, 트럼프 가능성이 높게 나오면서 기존의 뷰에서 달라지는게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오전엔 전략, 채권팀 등과 의견을 종합해 커멘트 중심으로 신속히 대응했다. 채권의 경우 발표 당일에는 금리가 떨어졌다가 이후 오히려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후속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다. 정책이라는 게 아직은 공약이기 때문에 1월20일 취임하면 자세한 정책들이 나올 것이고, 그런 부분이 명확해지면 기존에 준비해 놓은 기후협약, 금리·통화정책 등이 달라질 개연성이 상당히 많아서 내년 전망이 또 바뀔 것이다.
 
미국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되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전망은
초기 그러한 현상들약이 분명 발생하고 있고, 정도의 차이겠지만 이어질 수 있겠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저금리 시대가 더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정책 변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고, 트럼프의 공은 과거에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후보로서의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공약이 많았다. 당선 이후에는 아무래도 상호 모순되는 정책은 정리가 되지 않겠나. 가까이에는 12월 FOMC 회의에서 저금리 기조나 통화 정책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가 변수다. 최근 유가가 많이 올랐는데 OPEC의 감산 합의, 또 12월 초에 이탈리아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는데 이는 브렉시트 이후 또 하나의 변수다. 환율도 1170원대까지 왔기 때문에 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당장 1250원, 1300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1200원이 최상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럼프 시대에 유망한 투자처는 어디인가
결국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는 것들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다. 재정 정책, 인프라 투자를 보면 상대적으로 미국 주식과 자산, 달러에 투자하는 게 메리트가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벨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특히 코스피 2000선에 있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수준에서는, 그 아래쪽 1900대에선 저평가된 여력이 있다. 거꾸로는 위쪽으로 치고 가기에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이 3분기에 많이 빠졌다. 내년에도 국내 주식은 박스권이 아닐까 보고 있다. 미국 매크로 지표에 투자하는 자산 또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Exchange Traded Fund) 상품, 뱅크론 펀드 등이 유리할 것이다. 
만약 미국 정책이 우려한 것과 달리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서 금리를 갑작스럽게 올릴 상황은 아니다. 주가도 상대적으로 싸고, 기업들은 매출은 꺾였지만 이익은 여전히 많이 나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실세금리를 넘어선 기업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업력이 오래되면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배당주도 괜찮다. 짧게 보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저금리 시대에 분명히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신재생 에너지나 환경 관련 산업의 둔화 우려도 나온다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강제적으로 감축하는 목표에서 미국이 빠져나간다면 분명이 영향은 있겠다. 그러나 분명히 봐야할 부분은 태양광, 풍력의 경우 이미 기술발전으로 화석 연료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실제로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석유 등 전통연료를 쓰는 에너지 시스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요즘 에너지는 분산화 시스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전반적인 트렌드의 변화를 감안한다면 트럼프 당선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성장 속도가 조금은 주춤할 수 있겠지만, 이젠 정부 보조금 없이도 상당히 경쟁력이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커지는 추세 자체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누진제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만약 피크타임에 모자라는 일부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가정에서 조금씩 더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부분을 원자력, 석탄 등 대규모 투자 위주로 대응하는 것은 이제 무리다. '친환경'이라는 요소를 떨어트려 놓고 봐도 경제적 논리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충분히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나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상황도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 탄핵 등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전에는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많이 줬지만, 지금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정치의 영향을 그렇게 많이 받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및 수출, 건설 투자 등이 경제성장률의 영향을 받는데, 기업들의 이익 등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최근처럼 조금 다른 양상이어도 금융시장은 괜찮을 것이다. 그런 과정들이 예측된 절차에 의해 진행이 되고, 국정의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통치 체제가 유지된다면 그렇게 큰 영향이 있을까 싶다. 국가 CDS 프리미엄이나 환율이 올라가고, 한국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정도의 문제다. 다만 만약 이런 부분이 장기화되서 이 부분까지 영향을 주면 금융시장,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예측할 수 없는 급박한 변화가 생기면 그런 부분들은 국가신용도에서 나타날 것이고 외국인들이 채권이나 주식시장에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내년에 지켜봐야 하는 주요 이슈들을 짚어달라
ECB(유럽중앙은행)에서 양적완화가 내년 3월로 종결되는 데 그에 따르는 추가적인 여파들이 있겠다. 또 중국이 신용버블이나 부동산 확장 문제를 최근 안정화시키고 있는데, 미국의 정책 변화가 그러한 중국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이 상당히 많아 G2 사이에서 받는 영향을 조심히 살펴봐야 한다. 그 이슈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이익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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