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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 거셌지만…"국내산업 영향 최소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수출 철강 쿼터 70% 확보…곧 세부문안 작성 완료

2018-03-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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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의 관세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하고, 미국산 자동차 수입 쿼터를 2배로 늘렸다. 반면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을 막아냈고, 미국산 자동차 부품의 의무 사용도 지켜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고율 관세 부과에 있어서는 한국이 면제됐다. 한국은 최근 3년 동안 관세의 70% 수준에 달하는 쿼터 물량을 받아냈다.
 
 
자동차 열었지만 농축산물 지켜
 
그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미국과 통상 협상이 종지부를 찍었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양국이 이번달 집중적인 한미 FTA 개정협상을 진행한 결과 수석대표간 협의 및 분야별 기술협의를 통해 협상 범위를 핵심 관심분야로 대폭 축소했고, 주요 쟁점 사항에서 합의 또는 절충안을 찾아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은 미국측의 요구로 시작된 만큼 한국이 많은 부분 양보를 해야 한다는 우려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미국측 요구사항인 농산물 등 민감분야 추가 개방을 막고 국내 산업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방어했다는 평가다. 특히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등 우리측 핵심 민감분야(red-line)로 설정한 분야에서 우리 입장을 관철했다.
 
또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관련한 요구사항도 관철했다. 투자자 소송남발방지 및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관련 요소를 반영했다. 무역구제 관련해서도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정문 개정에 넣었다. 일부 섬유품목에 대해서는 원산지 기준 개정 추진으로 우리기업의 수출 애로 사항을 없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협상 범위는 최소화했고, 신속히 협상을 타결해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국간 교역에서 미국의 최대 적자품목인 자동차 분야에서는 화물자동차 관세철폐를 장기유예키로 했다. 2021년 철폐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는 20년 뒤인 2041년으로 미뤄졌다.
 
기존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자국 안전기준 준수)에 대해 제조사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던 기준은 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준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연비와 온실가스 관련 규제는 양국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고 2021~2025년 기간 기준 설정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하되, 친환경 기술개발 인센티브(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인정 상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관련해서는 휘발유 차량에 대한 세부 시험절차와 방식을 미국 규정과 조화시키도록 했다. 안전·환경기준은 우리의 기본 체계를 유지하되 운영상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이 외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원산지 검증과 관련해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분야별로 세부 문안작업을 완료하고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강관업체, 수출 다변화 필요"
 
한미 FTA 개정협상과 함께 진행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25%) 부과 조치 관련 논의에서도 한국은 국가 면제 지위를 획득했다. 다만 한국산 철강재의 미국 수출에 있어 지난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인 383만톤의 70%인 268만톤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하기로 했다.
 
수출량에 제한을 받는 쿼터가 설정됐지만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서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은 캐나다와 브라질에 이어 대미 철강 수출 3위국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4주 전 협상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 한국이 중국산 환적 수출로 미국 철강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고, 이 때문에 53%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인 12개국에도 포함됐다"며 "그 사이 미국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진행해 현재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품목별로는 수출량 쿼터에 대한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주력 수출품목중 하나인 판재류의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많은 물량(2017년 대비 111%)을 확보했지만 유정용 강관은 지난해(203만톤)의 절반 수준인 104만톤만 확보해 나머지 수출량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강관 업체에 대해 수출선 다변화, 내수진작 등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며 "다만 대미 철강 수출이 전체 철강 수출의 11% 수준으로 전체 철강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미 상무부가 발표한 절차에 따라 우리 철강업계가 미국 현지 수요기업, 투자기업 등과 함께 진행하는 강관 등 철강품목 예외(관세 부과 국가와 별도)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철강재 고부가가치화 등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국 철강 232조 조치 밎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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