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개선세에도 자본구조 취약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자본구조가 취약한 보험사를 대상으로 고강도 모니터링을 예고한 가운데, 하나손해보험·KDB생명·IBK연금보험 등이 주요 감시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6년 3월말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경과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197.6%) 대비 5.0%p 상승한 202.6%입니다.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212.3%) 대비 3.8%p 상승한 216.1%로 나타났습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생보사는 경과조치 전후 모두 전분기 대비 각각 4.0%p, 1.8%p 상승한 190.7%, 207.7%를 기록했으며, 손보사는 전분기 대비 7.8%p씩 상승해 경과조치 전 222.4%, 경과조치 후 229.7%로 개선세를 이어갔습니다.
금감원은 생명보험사 12개사와 손해보험사 및 재보험사 6개사 등 총 18개 보험회사에 선택적용 경과조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과조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인한 자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기간 자본을 단계적으로 인식하거나 일부 부담을 유예하는 장치입니다.
보험업계 전반의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된 배경에는 가용자본 증가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합니다.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 가용자본은 310조9000억원으로 전분기(284조원) 대비 26조9000억원 증가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1분기 중 4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데다 주가 상승에 히입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18조9000억원 증가한 것이 가용자본 확충에 주효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리스크 크기를 나타내는 요구자본 역시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위험액 증가 영향으로 전분기(133조8000억원) 대비 10조1000억원 늘어난 143조9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장해·질병 등 보험위험액이 감소하면서 이를 일부 상쇄했으나, 결과적으로 요구자본 증가분보다 가용자본 증가분이 커지면서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하고 있습니다.
하나손보·KDB생명·IBK연금보험, 모니터링 고위험군
금감원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보험사가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독 역량을 집중하고, 자본구조가 취약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본의 질을 제고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모니터링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군은 하나손해보험과 KDB생명, IBK연금보험 등입니다.
가장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 곳은 하나손보입니다. 하나손보의 1분기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155.5%) 대비 49.4%p 급감한 146.1%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업법상 규제 기준인 100%는 웃돌지만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은 150%에는 미달돼 향후 자본 확충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보험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구조 개편을 진행중인 하나손보는 수년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인데요. 자본을 자체적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리스크 대응력만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져든 경영 상황이 지급여력비율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거론되는 KDB생명은 금융당국의 경과조치에 전적으로 연명하는 취약한 자본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KDB생명의 1분기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205.7%) 대비 19.6% 하락한 186.1%입니다.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은 법정 기준선인 100%에도 한참 못 미치는 74.5%로 파악됐습니다.
경과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사실상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여기에 KDB생명은 지난해 큰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된 상태라, 건전성 회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책은행 계열인 IBK연금보험 역시 급격한 건전성 후퇴와 실적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IBK연금보험의 1분기 경과조치 후 지급여력비율은 전분기(238.3%) 대비 43.0%p 하락한 195.3%를 기록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인 150%를 넘겼으나 1개 분기 만에 하락폭이 상당해 변동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IBK연금보험 또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7.5% 감소한 상황이라 연금전문보험사라는 특성상 금리 변동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자본 여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과조치 착시·건전성 취약·실적부진 '3중고'
모니터링 대상 보험사들의 큰 공통점은 △경과조치에 대한 높은 의존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취약한 리스크 구조 △실적 악화 및 이익 창출력 둔화입니다.
이들은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자체 자본력이 취약하고 금리 변동이나 주가 변동 등 시장 위험 요인에 자산·부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KDB생명과 롯데손보의 적자 전환, 하나손보의 적자 지속, IBK연금의 순이익 급감 등 최근 실적 지표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결국 모회사의 유상증자 지원이나 외부 자본조달, 고강도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 신뢰 하락에 따른 영업력 위축과 건전성 악화라는 치명적인 악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현황 발표를 통해 '자본의 질 제고'를 명시한 것은 경과조치 착시 뒤에 숨은 취약 구조를 본격적으로 도려내겠다는 시그널"이라며 "향후 완화 혜택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때 감당하기 어려운 자본 쇼크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확실한 자본 확충 없이는 당국의 현미경 모니터링을 통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위험이 크다는 인식들이 자리잡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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