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독감사망' 유치원 교사, '115일만'에 직무상 재해 인정…유족 "딸 계기로 현장 바뀌길"
사망 유치원 교사 아버지 "딸의 명예 회복 다행"
"해당 유치원, 한번도 진정성 있는 사과 없었어"
유족 바람은 "다른 선생님들 아프면 쉴 수 있길"
2026-06-19 16:28:43 2026-06-19 16:34:1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우리 큰딸을 기점으로 해서 다른 선생님들은 아프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감에 걸린 채 계속 출근하다가 끝내 사망한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가 숨진 지 115일 만에 직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고인의 유족은 지난 18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딸의 명예회복이 이뤄져 다행"이라면서도 "교사가 아프면 반드시 쉴 수 있고, 국가와 기관이 그 공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월 독감에 확진된 이후에도 근무를 이어가다 패혈증으로 숨졌습니다. 유족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공단)에 딸의 직무상 재해 인정을 신청했고, 노무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고인의 휴대전화 기록과 카카오톡 대화, 독감 확산 상황, 근무 내역 등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다만 사학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 열린 1차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검토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심의위원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판단이 보류된 겁니다. 이 결정에 대해 교육계에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후 사학연금공단은 추가 심의를 거쳐 지난 8일 고인의 사망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고인이 숨진 지 115일 만입니다. 유족은 "노무사·전교조의 도움으로 자료를 하나하나 찾아냈다. 이런 자료가 없었다면 직무상 재해 인정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비극이 다른 교사와 가족에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유족과의 인터뷰는 부천의 한 카페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사립유치원 교사의 아버지가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고인의 아버지 김재훈(53)씨와 일문일답.
 
따님이 사망하고 115일 만에 직무상 재해가 인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직무상 재해가 인정된 당일 딸이 안치된 수목장에 가서 많은 대화를 하고 왔습니다. "수고했고, 많은 분들이 널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딸의 사망은 개인적 부주의가 아닌 업무와 관련한 재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딸을 다시 돌려주는 것은 아니기에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많은 눈물을 흘리고 왔습니다.
 
딸의 명예도 회복됐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사학연금공단에서 직무상 재해 보류 결정이 나왔을 때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결국 인정이 돼서 다행이고, 우리 아이가 아픈 몸으로도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직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족이 이미 큰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와 질병, 사망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입증하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딸이 근무한 유치원에선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딸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카카오톡과 사진, 일정 기록을 토대로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유치원의 아이들 몇명이 독감으로 결석했고, 어쩌다 독감에 걸렸는지 등 딸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 일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노무사와 전교조 관계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같이 울어주시기도 하고, 응원해주신 시민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인은 어떤 교사였습니까.
 
어릴 때부터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던 만 2년차 교사였습니다. 휴대전화에도 가족사진보다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더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할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컸습니다. 
 
독감에 걸린 뒤에도 출근을 이어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졸업, 입학, 재롱잔치 등 각종 행사와 주말 근무 등 현장의 인력 부족과 대체교사 수급의 어려움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쉬면 동료 교사와 아이들에게 부담이 간다는 책임감도 컸고요. 아픈 몸으로도 출근을 선택해야 하는 환경 자체가 문제였다고 봅니다.
 
유치원 측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죄송합니다' 그 말 한마디 했으면 집회도 안 했어요. 유치원 측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달라'고 한 달 내내 이야기했거든요. 끝내 그 말 한마디를 못 하더라고요. 집회를 하는 중엔 시민분들도 힘내시라고 하고 음료수도 사주시고 그러는데, 정작 유치원에선 '미안하다' 그런 말 한마디를 못 했는지 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편집자)지난 2월 고인이 숨진 이후 유족은 유치원 측이 사과 없이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며,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약 한 달간 이어갔습니다. 이후에는 직무상 재해 인정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며 사건의 공론화를 추진했습니다.
 
고인의 사망 이후 교육부가 대체교사 지원 확대 등 대책을 내놨는데요.
 
대체교사 지원 확대는 분명 필요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도들이 꼭 현장에서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를 계기로 다른 선생님들은 몸이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둘째 따님도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언니의 일을 다 보고도 본인은 여전히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임용을 보고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라'고 말했어요. 큰애 일을 겪고 나니 둘째에겐 유치원 교사 하지 말라고도 했는데,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제가 말릴 수는 없잖아요. 저희 집엔 지금도 큰애 방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퇴근하면 거기 들어가서 큰딸 사진 보면서 '오늘 이런 일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그래요.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계십니까.
 
아내의 남동생(처남)이 수시로 연락해주면서 가족들을 챙기곤 합니다. 우울해할까 봐 찾아오고 주말마다 가족끼리 산에 다니고 있습니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조만간 한라산에 한번 가보려고요. 직무상 재해 인정도 됐으니 한라산 갔다 오고나서는 우리도 일상생활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이제 턴어라운드할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고인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교사의 건강과 생명을 교육보다 뒤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면 반드시 쉴 수 있고 그 공백을 국가와 기관이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저희 가족은 딸의 명예가 회복되고 직무상 재해가 인정된 것에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비극이 다른 교사와 가족에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남겨진 가족과 별이 된 선생님이 바라는 점입니다.
 
지난 3월30일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사립유치원 교사의 아버지가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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