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신탁 ETF 검사…수수료·설명의무 정조준
2026-08-04 14:46:32 2026-08-04 15:03:0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 실태 점검을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ETF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인 만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는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투자금에서 차감되는 수수료 부과 방식과 편입 ETF의 가격 변동성,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소비자에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쟁점입니다. 
 
6개 은행 10일부터 검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0일부터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을 대상으로 ETF 신탁 현장검사에 들어갑니다. 신한·하나·SC제일은행도 이달 중 순차적으로 검사를 시작합니다. 금감원은 수수료 부과 방식과 목표수익률 설정 과정, 상품 권유 및 설명의무 이행 여부 등 ETF 신탁 판매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NH농협 등 6개 은행의 ETF 신탁 판매액은 64조원, 계약 건수는 103만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투자자의 평균 보유기간은 42일이었으며, 매도 거래의 94.6%가 가입 후 6개월 이내에 이뤄졌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다수 은행의 현장 점검이기 때문에 개별 계약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수료 부과 구조와 판매 패턴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고객의 예상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특정 수수료 부과 방식이 편중됐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ETF는 고객이 증권계좌를 통해 직접 사고파는 방식과 다릅니다. 고객이 은행과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고 운용 대상과 방법을 지정하면 은행이 신탁재산으로 해당 ETF를 매수하는 구조입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과 가격을 지정해 실시간으로 주문할 수 있지만 은행 신탁에서는 실시간 거래나 가격 지정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ETF 자체의 거래비용 외에 신탁수수료가 추가되고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선취수수료는 고객이 ETF 신탁에 가입할 때 투자금의 1% 안팎을 한 번에 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하면서 선취수수료율이 1%라면 실제 ETF 매입에 쓰이는 금액은 수수료 100만원을 제외한 9900만원입니다.
 
후취수수료는 연 1% 안팎의 수수료를 실제 보유기간에 따라 계산해 해지 시점에 내는 방식입니다. 고객의 예상 투자기간과 거래 횟수 등에 따라 실제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금감원은 판매 과정에서 고객이 비용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설명했는지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수수료 체계가 고객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는지 등과 관련해 주요 은행 검사에 착수한다. (사진=뉴시스)
 
변동성·원금손실 안내 여부 쟁점 
 
편입 ETF의 구체적인 위험과 가격 변동성을 충실하게 설명했는지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르는 주요 요소입니다. ETF는 여러 종목을 담는 분산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특정 국가나 업종, 테마에 집중된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손실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은행의 ETF 신탁 판매의 경우 고객이 최종적인 투자 손익을 부담하지만 실제 가입 과정에서는 은행 직원의 대면 권유가 개입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은행 직원이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지수에 투자하므로 개별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리스크를 축소해 설명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은행이 투자 손실을 보전하지 않는다는 점은 물론 편입 자산의 구성, 변동성, 환율과 금리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입니다.
 
금감원이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은행 1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ETF 신탁 판매 절차 미스터리쇼핑에서도 은행 신탁과 증권사 직접 매매의 차이에 관한 설명이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은행 신탁에는 별도의 신탁 수수료와 중도해지 수수료가 붙을 수 있고 실시간 매매와 가격 지정이 제한되는데요. 이 같은 차이점이 고객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객이 ETF 매수를 지시한 시점과 은행이 주문을 실제로 집행하는 시점이 달라 체결 가격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설명 사항으로 꼽혔습니다. 금감원은 ETF 판매 증가와 함께 고위험 상품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에 주문·체결 방식과 가격 변동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직원 교육과 자체 점검을 강화하도록 주문했습니다.
 
은행이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 경험, 위험 감수 능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ETF 신탁을 권유했다면 적합성 원칙 위반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상품을 선택한 것처럼 가입 서류를 갖췄더라도 실제로는 직원이 특정 종목과 목표수익률, 수수료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면 권유 과정과 녹취 내용이 분쟁의 핵심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TF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고난도 상품에 적용되는) 녹취·숙려 절차가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난도 상품에 준하는 내규에 따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93.93포인트(1.50%) 오른 6351.38에 시작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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