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화관, 시각장애인에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에 자막 제공해야"
원고 패소 파기환송…“영화관 재정 부담 과도 고려”
대법원, 원고들에게 처음으로 '이지리드' 판결 제공
2026-09-03 17:34:30 2026-09-03 17:44:45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시·청각 장애인에게 자막 등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은 '간접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장애인들이 영화 관람권을 보장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6개월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자신=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시각·청각장애인 등 4명이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소송은 10년 전 시작됐습니다. 시각·청각장애인 등 4명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음에도, 음성 화면 해설과 문자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이라며 2016년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CGV 등은 화면 해설이나 자막 파일이 제공되는 영화의 경우 화면 해설, 자막과 FM 보청기기를 제공하라"며 "자막이나 화면 해설이 제공되는 영화 상영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영화관에도 점자 자료나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 수어통역 등을 제공하라"고 했습니다. 
 
2심 역시 영화관이 장애인에게 화면 해설과 자막이 포함된 영화를 충분히 상영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상영관 좌석수가 300석 이상이면 전체 상영 횟수 중 3%만 자막과 화면 해설을 제공하라고 영화관이 제공해야 할 편의의 범위는 제한했습니다. 경제성을 고려한 판단이었습니다.
 
대법 "장애인도 영화 향유할 권리있어" 첫 판시 
 
대법원 역시 영화관이 화면 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장애인은 그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 상실로 인해 많은 생활 영역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우므로,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및 경제상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정한 ‘300석 이상·전체 상영 횟수 3%’라는 기준이 영화관의 재정 부담을 지나치게 고려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의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도 함께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영화관이 얼마나 자주 화면 해설과 자막 등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서울고법이 다시 심리해 정하라며 파기환송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이해하기 쉬운 ‘이지리드 판결서’를 제공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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