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 직전 극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갈등의 화약고인 통상임금 문제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올해 1월과 똑같이 임금 인상만 합의하고 핵심 쟁점은 미룬 구조여서, 연말 법원 판결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50분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여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습니다. 파업 예고 시각을 2시간여 앞둔 극적 타결로, 운전직 조합원 임금을 호봉별 시급 기준 3.2% 인상하는 내용입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에 합의하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한 16일 오전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인상률(2.9%)보다 0.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노조 '176시간', 사 측 '209시간')은 합의에서 제외됐습니다. 1월 파업 때도 노사는 2.9% 임금 인상만 합의하고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뤘는데, 같은 구조가 8개월 만에 반복된 것입니다.
노사 모두 이를 인정합니다. 김정환 사업조합 이사장은 타결 직후 "통상임금 문제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점곤 노조 위원장은 "합의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시민을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달 2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선진운수 등 11개사 노동자 1977명이 낸 소송(청구액 788억원)의 변론이 재개되고, 12월4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64개사 소송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서울 시내버스 통상임금 소송은 노동자 1만7000여명 규모로, 업계 추산 부담액은 최소 5266억원에서 최대 1조216억원에 이릅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기준 시간에 대한 명시적인 판결이 이르면 12월 초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판결에서 기준 시간이 어느 쪽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유보된 체불임금 정산과 내년 임금협상의 구도가 한꺼번에 결정되는 셈입니다.
갈등의 뿌리인 준공영제 개편 논의도 뒤따릅니다. 서울시는 버스회사 적자를 사후에 실비 보전하는 현행 방식을 인건비·연료비 등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바꾸겠다는 방침입니다. 여 실장은 "노조와 사 측의 동의가 필요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사전확정제는 꼭 가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와 국회에 요구 중인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도 쟁점입니다. 지정되면 파업 시 최소 운행이 의무화되는데, 노동계는 헌법상 노동3권을 제약하는 시도라며 반발해 왔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앞서 관련 법안에 대해 필수공익사업 범위는 엄격하게 한정돼야 한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결국 이번 타결로 노사가 번 시간은 12월 판결까지 석 달입니다. 기준 시간 판결, 사전확정제 협상, 필수공익사업 입법 논의가 연말에 한꺼번에 맞물리는 만큼 해법은 그 안에 나와야 합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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