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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은 빠른 배달을 앞세워 몸집을 키웠다. 그 사이 배달을 책임지는 우아한청년들은 수년째 산재 신청·승인 건수 1위에 올랐다. 배민은 안전교육에 투자해 왔지만 라이더들이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위험까지 줄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IB토마토>는 산재 건수 너머 라이더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배민의 성장 뒤에 놓인 위험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김상우 기자]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사고 위험은 운전기술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건당 배달료가 낮아질수록 라이더는 수입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배달해야 한다. 안전교육을 받아도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위험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정배달료와 최저보수제 논의는 2021년부터 이어졌지만 제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논의에 나선 가운데, 라이더 안전을 운전자의 주의에만 맡기지 않고 배달료와 플랫폼의 운영 방식까지 살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달의민족 하남라이더스쿨. (사진=우아한형제들)
안전교육 효과 있지만…하루 배달 포기해야 하는 라이더들
29일 <IB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의민족은 사고예방을 위해 배민라이더를 대상으로 오토바이 기본 조작과 주행, 이론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8000㎡ 규모의 하남 라이더스쿨도 개관했다.
교육을 받은 라이더들은 효과를 인정한다. 전상현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총무국장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배달업 초기 건수를 많이 처리할수록 수입이 늘어 신호위반 등 무리한 운전을 했지만, 2022년 남양주 라이더스쿨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뒤 약 5년간 무사고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육을 받으러 가기 위해 배달을 쉬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참여자와 라이더스쿨 강사들을 취재한 결과, 하루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전업 라이더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교육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도 한정적이다. 배달의민족은 일정 배달일수와 건수를 충족한 라이더가 교육을 수료하면 상생지원금(월 21만 5000원 규모)을 지급한다. 기준은 365일 가운데 200일 이상, 하루 27건 이상 배달해야 하는 것이다. 전업 라이더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단기·부업 라이더에게는 충족하기 쉽지 않다.
전 총무국장은 "안전교육을 안 들으러 가서 문제지, 들으러 가면 경각심이 많이 생긴다"며 "다만 하루 생업을 포기해야 하고, 상생지원금 지급 기준에 드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교육만으로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교육은 효율적이지만, 교육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아무리 안전에 대한 의식과 훈련이 돼 있다 하더라도 돈을 벌러 나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1시간에 3~4건을 더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방식으로 단가 정책이 운영되면 거기에 빨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안전교육과 함께 기본 배달료 인상과 법정 최저보수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2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라이더유니온, 배달라이더 권익보호 3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국혁신당)
5년째 맴도는 배달료 논의…미션 규제는 법률에 못 담아
안전교육이 라이더의 운전 습관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건수를 늘려야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교육의 효과가 도로 위에서도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배달노동자 단체들이 적정배달료와 함께 미션·프로모션 문제를 제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입법 과정에서 과도한 프로모션을 제한하는 조항이 빠졌다.
처음 국회에서 입법이 논의된 것은 2021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안전배달료' 법안(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배달료 산정 과정에서 시간당 배달물량과 휴식·대기시간 등을 고려하고, 플랫폼의 배차방식과 배달시간 제한, 평점제도 등이 사고 위험과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다루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2022년 4월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로 넘어간 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2024년 5월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은 이어졌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2024년 11월 적정배달료와 함께 '생활물류서비스종사자의 과로 및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프로모션 방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2025년 9월 국토교통위에서 대안반영폐기됐다. 이후 국토교통위 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과도한 프로모션을 직접 제한하는 조항은 법률에 담기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운송수단 유지비와 노무비뿐 아니라 시간당 적정 배달물량, 휴식·대기시간 등을 고려해 적정배달료를 정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경으로는 '사업자 간 지나친 경쟁으로 배달종사자들이 적정배달료를 보장받지 못하고 과속 등 위험한 배달환경에 내몰리'는 점이 꼽혔다.
법안은 지난 4월1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황 의원실은 <IB토마토>에 "배달업계·노동자 측·국토교통부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처리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전체회의에서 법안들이 다량으로 소위에 회부된 만큼 기존에 계류돼 있던 법안들도 좀 더 빠르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라이더 안전과 보수 문제를 정책 의제로 올렸다. 이재명 정부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최저보수제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지난 6월에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배달라이더 사고 감축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교통안전교육과 안전모 기준 정비 등을 논의했다.
올해는 여야를 넘나들며 거대정당 차원에서도 논의가 잇따른다. 지난 1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조 등과 함께 '배달라이더 산재예방과 최저보수제를 위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용우 의원 측은 <IB토마토>에 "국정과제인 플랫폼 특고 최저보수제 추진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김위상 국힘 의원이 배달의민족을 대상으로 산재 발생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료를 높이는 논의와 함께 플랫폼의 운영 방식이 만드는 위험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션·프로모션이 라이더로 하여금 "안전을 포기하고 건수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안전한 소득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와 함께 중대재해 원인조사, 위험성 평가 등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가 났을 때 원인을 조사하는 범위도 과제로 남아 있다. 박다혜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는 <IB토마토>에 "노동부가 그동안 라이더 사망을 해당 재해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왔는데, 배달라이더의 중대재해도 법에 따른 재해조사 대상에 명확히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김상우 기자 msangwoo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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