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1차 판매 첫날 전체 물량의 87%가 팔리며 '오픈런'을 일으켰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2차에서는 초반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대기 줄이 사라지고 판매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았으며 증권사 역시 1차와 비교해 전반적인 소진 속도가 둔화했습니다. 1차 상품의 성과와 최근 투자심리 위축, 정책성 상품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이 겹친 가운데 금융당국은 달라진 배정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입니다.
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차 국민성장펀드 판매율은 오전 10시 기준 대체로 10%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오후 2시께 다시 확인했을 때도 판매 속도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서울 여의도 일대 5대 은행 영업점 모두 대기 줄은 없었고 일부 지점은 오후까지 가입 고객이 1~2명에 그쳤습니다. 아예 가입자가 없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증권사도 1차 때와 비교하면 판매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판매 증권사 14곳(KB·NH투자·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iM·우리투자·유안타·하나·한국투자·한화투자·키움증권)을 취재한 결과 대면 판매를 병행하는 상위 증권사 5곳(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NH투자·삼성) 가운데 오프라인 판매율을 확인할 수 있는 곳들의 평균은 이날 오후 약 50%였습니다. 그 밖의 판매사 평균은 20% 안팎에 그쳤습니다. 일부 상위사의 온라인 물량이 먼저 소진됐지만 전반적인 판매 흐름은 1차와 달랐습니다.
현장의 체감온도도 차가웠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차 때는 오전부터 대기 고객이 있었고 판매가 시작되면 한도 조회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이번에도 고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 준비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1차 판매 당시에는 전체 모집액의 약 87%가 첫날 소진됐고 5대 은행 배정 물량도 당일 모두 팔렸습니다. 전체 6000억원도 5영업일 만에 판매가 끝났습니다. 2차 첫날 은행과 증권사에서 나타난 판매 속도와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증권업계에서도 1차보다 관심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차 때보다 전체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맞다"며 "당시에는 증권사 물량이 마감되면 은행을 찾아가서라도 가입하려는 고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1차 상품의 성과도 아직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미래·삼성·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1차 국민성장펀드 15개 클래스의 평균 기준가는 1006.46원으로 설정가 1000원 대비 약 0.65% 올랐습니다.
일부 현장에서는 정책성 상품에 대한 신뢰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차 때와 비교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는 반응도 있다"며 "정책성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2차 판매 구조 자체가 달라 1차와 속도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1차에서는 전체 물량의 20%인 1200억원을 서민에게 우선 배정했지만 실제 서민 판매 비중은 35%,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38.8%에 달했습니다. 이에 2차에서는 첫 5영업일인 다음 달 7일까지 전체 물량의 절반인 3000억원을 서민에게 우선 배정했습니다.
1차에 실제 투자한 가입자의 중복 가입도 제한했습니다. 첫 5영업일 동안 온라인 판매 한도도 은행은 배정 물량의 40%, 증권사는 60%로 정했습니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장은 "1차 때보다 판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도록 장치를 많이 만들어놨다"며 "서민 물량을 늘리고 1차 가입자는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차 판매 당시에는 일반 고객의 가입 기회를 우선한다는 취지로 금융권 임직원에게 가입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2차에서는 별도의 가입 자제 지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차 국민성장펀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은행 10곳과 증권사 14곳에서 총 6000억원 규모로 선착순 판매됩니다. 서민 우선배정 대상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3800만원 이하입니다. 투자금 3000만원까지 40%, 3000만원 초과 5000만원까지 20%, 5000만원 초과 7000만원까지 10%의 소득공제가 적용돼 최대 18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만기 5년의 폐쇄형 상품으로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고 원금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정부 재정과 운용사 출자금이 자펀드별 손실의 18.8~23.3%까지 우선 부담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 원금에도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제2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이하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처 중 하나인 서울 종로구 NH농협은행 정부서울청사지점을 방문해 일반 국민들이 펀드 가입 시 거치게 되는 투자자 성향 분석, 펀드 중요 사항 확인(투자설명서, 약관 등) 등 펀드 가입 과정의 전반을 직접 경험하며, 가입 절차상의 편의성과 애로 사항 등을 점검한 후 펀드 가입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