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광주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던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달면서 선처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사형 선고를 주장한 유족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예고했습니다.
장윤기가 30일 오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으러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는 이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사 측은 지난달 31일 결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간 목적으로 여학생을 뒤쫓아 제압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이를 말리던 남학생까지 살해하려 했다"며 "범행 후에도 세탁실과 미용실을 이용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고, 수사·공판 과정에서도 진심으로 참회하기보다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범행의 동기와 수법, 결과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커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장윤기는 지난 5월5일 전남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보행로에서 고등학생 이채원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이씨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고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도 있습니다. 또 해당 범행 이틀 전 외국인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 등도 함께 적용됐습니다.
당초 경찰은 장윤기가 저지른 살해 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을 따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강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입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한 데 대해선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1997년 마지막 집행 이후 더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며 "사형 선고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사형 선고는 지난 2023년 8월 창원지법이 동거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60대 남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사형을 선고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존하는 동안 결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형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법관 모두의 일치된 견해"라고 이례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어 "형 집행 단계에서 일말의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가석방 불허' 의견에 구속력은 없습니다. 가석방 여부는 법원이 아닌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결정하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장윤기가 석방될 것을 고려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내렸습니다.
사형 선고를 촉구해 온 이채원씨 유족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예고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날 선고공판 직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윤기에게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묻고 사건의 진실을 감추려 했던 모든 자들이 법의 단죄를 받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유족은 지난 28일 장윤기의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탄원서에는 시민 9만9342명의 서명이 담겼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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