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가 수차례 바뀌는 등 정책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점이 가장 힘들다.” 오는 12월24일 전면 시행 예정인 비대면진료를 두고 국내 비대면진료 스타트 업계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간 여러 차례 정책이 바뀌면서 기업들은 제도 적응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왔습니다. 최근 전면 제도화를 앞두고 하위법령이 공개되자 그간의 불만은 더 크게 터져나왔습니다. “한국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재진 환자의 경우, 비대면진료를 받으려면 6개월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을 시로 제한됩니다. 쟁점인 초진 환자는 주소지 및 의원 소재지가 동일한 시·도 내로 제한되고, 처방일수는 7일 이내, 최대 1회만 30일 처방이 허용됩니다. 이 밖에도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건수는 반기별 전체 진료 건수의 30% 이내로, 중개 매체의 신고 및 인증 의무 등의 조건도 붙었습니다.
국내 비대면진료 스타트 업계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하위법령과 관련, 이대로 제도가 설계되면 비대면진료 서비스 유지 시 요구되는 책임은 과중한데 기업이 얻을 이익은 없으니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중복 규제”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오던 소속 비대면진료 스타트업들은 “12월24일 이후를 기약할 수 없다”며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 처방 기간 제한 등 이른바 ‘이중 규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원산협은 진료 및 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할 때 한 해 30일 처방이 한 번만 가능하다는 개정안 내용이야말로 독소 조항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령, 내년 1월 고혈압 및 당뇨 등 만성·관리질환자가 한 달 치 약을 처방 받고, 다음 달부터는 동일 약임에도 일주일 치밖에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30일 예외 조항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병의원이나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환자가 타 병원에서 30일 처방 예외를 적용받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혹시 모를 법적 책임을 우려, 의사로 하여금 30일 처방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련해 만성질환자 10명 중 약 6명(58%)는 현재 비대면진료를 통해 30일 초과 처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산협은 “30일 처방을 1회로 제한하는 방안의 의학적 근거가 무엇이냐”며 “환자 안전을 위한 규제가 오히려 환자와 의료 현장에 불편과 비용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비대면진료 산업 생태계 다 망가질 것”
국내 비대면진료 산업 생태계는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원격 영상진단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U-health 시범사업 등이 이어졌습니다. 38년의 산업 역사 가운데 약 32년을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되다, 실제 산업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에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고, 지난해 법적 근거를 얻었습니다.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여러 견해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의료 영리화를 촉진한다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에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주요 플랫폼 중 서비스 자체로 수익을 취하는 모델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이용자 확보를 통한 간접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기자는 오랜 기간 투자금의 90% 이상을 비대면진료 시스템 구축에 쏟아부어 왔다는 스타트 업계 인사의 사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번 하위법령은 그간 생태계를 구축해 온 국내 비대면진료 스타트 업계에 청천벽력과 같다고 했습니다. “투자금의 9할 이상을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만드는 데 썼지만, 이대로 제도가 설계되면 비대면진료 서비스 제공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요. 요구되는 책임은 과중한데 기업이 얻을 이익은 없으니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오는 2028년 정부가 출시한다는 공공 비대면진료 앱과 관련해도 산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이 인사는 “이미 상당한 수준과 노하우로 잘 구축돼 온 기업들과 협업하는 대신 정부가 앱을 만들어 민간과 경쟁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비대면진료 사업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답답해했습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산업계와 이유는 다르지만, 하위법령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더 강한 규제를 전제로 한 재검토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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