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경제계가 내년도 정책 수립 시기와 맞물려 일제히 정부에 ‘규제 개선’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총 119건의 경제계 정책 의견서를 전달하는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도 129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전달하는 등 경제계가 총 250건에 육박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기업 투자와 경영 활력 제고를 위한 취지로 경제계가 과감히 제도 개선을 해달라고 정부에 적극 건의하는 모습입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사진=대한상의)
대한상의는 22일 기업 현장에서 부딪히는 규제 개선 과제 129건을 규제합리화추진단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과제에는 부처마다 기준이 충돌하거나 같은 절차를 되풀이해야 하는 등 현장 여건에 맞지 않는 ‘엇박자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한상의는 먼저 식음료 라벨 규정의 적용 시기가 부처끼리 맞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재 식음료 라벨 표시 사항은 식약처, 농식품부·관세청,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나뉘어져 있는 데다, 부처마다 규정을 개정하는 시기가 제각각인 탓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입니다.
건의서에는 제철소 작업자에게 두 가지 보호복 기준이 동시에 적용되는 문제도 담겼습니다. 쇳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에는 일산화탄소가 25% 이상 포함돼 있어 해당 설비는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로 관리됩니다. 이에 작업자들은 화학물질용 보호복과 장갑,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철소는 쇳물 등 고열을 다루는 곳으로 산업안전보건규정에 따라 ‘방열복’도 입어야 해 현장 작업들은 두 보호복을 겹쳐 있는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상의는 열이나 불꽃, 전기 등 현장 위험 특성에 맞춰 보호복 착용의 우선순위를 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일산화탄소처럼 피부 자극이 없는 가스를 다루는 경우 호흡 보호구는 유지하되, 보호복 기준은 현장 특성에 맞게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규제 합리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부처 간 엇갈린 기준이나 제도가 현장 여건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문제가 여전히 많다”며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현장 눈높이에 맞게 제도를 과감히 정비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 사옥. (사진=뉴시스)
이날 한경협도 기업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정책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건의 과제는 총 119건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 첨단·에너지 산업 경쟁력, 기업 제도 정비, 노동시장, 국민 생활 안정 등 10개 분야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한경협은 피지컬 AI 등 AI와 관련 법 체계의 분산과 입법 체계 절차의 공백을 짚으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지컬 AI가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 핵심 기술이지만, 관련 법체계는 AI·로봇·자율주행·드론 등 산업 분야별로 흩어져 있어 생태계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우주산업 등 첨단산업을 정부가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이 미비해 이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국책 연구소 기술의 민간 이전 확대 등도 건의했습니다. 노동 분야에 있어서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후속 정비를 요구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공장 신설 결정에 따른 직원 근무지 이동이 교섭 대상이라고 밝힌 지침과 관련해 노조법을 개정해 투자·인력 배치 등 경영권 고유 사항과 공장 이전·신설에 따른 근무지 이동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민간의 투자와 혁신이 살아나려면 기업 현장의 걸림돌을 빠르게 걷어내야 한다”며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계의 의견이 정부와 국회의 정책 입안 과정에 적극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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