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세 시점을 2029년으로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과 해외 거래정보 확보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형평성 문제와 국내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KDA는 22일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하고, 그동안 디지털자산 관련 법률과 과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투자자에 준하는 보호 장치와 과세 기준을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는 연간 250만원 기본공제를 제외한 금액에 22%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연간 1000만원의 이익이면 공제 후 750만원에 대해 165만원을 내야 합니다.
정부는 추가 유예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과세 시스템이 준비돼 있으며 세부 과세 기준도 11월 중 고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정경제부는 21일에도 2027년 시행이 공식 방침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세 차례 미뤄진 과세…투자자 보호 체계는 여전히 쟁점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관련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연기돼 2027년으로 조정됐습니다.
KDA는 유예의 근거였던 법적 공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예치금 보호와 자산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금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발행과 상장, 유통·관리 전반을 포괄하는 법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KDA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관리 체계를 아우르는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에서 관련 제도를 먼저 정비한 뒤 과세한다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과세 형평성도 쟁점입니다. KDA는 일반·소액 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은 비과세인 반면 가상자산 소득에는 연간 250만원 초과분부터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KDA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연간 1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때 일반·소액 주주의 주식 거래에는 양도소득세가 없지만, 가상자산이라면 2145만원의 세금이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주식 투자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도 변수…국내 거래소 이탈 우려
KDA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공유 체계도 유예 근거로 꼽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암호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 체계(CARF)에 미국과 바이낸스 등 주요 해외 거래소 소재 국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KDA는 해외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과세가 시작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사이에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해외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확보하기 어려워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면서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과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과세 반대 아닌 제도 정비 요구"…국회에 유예법 처리 촉구
KDA는 국제증권관리감독기구(IOSCO)의 2023년 가상자산 국제 권고안과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근거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유형별 특성을 구분하고 발행부터 거래까지 규율하는 법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취득가액 산정과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 등 세부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과세 유예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며, KDA는 조속한 심사와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강성후 KDA 회장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주식 수준의 투자자 보호와 과세 기준을 마련할 관련 법률을 먼저 입법·시행한 뒤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관련 협회 및 전문가들과 함께 정치권과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건의와 대화를 이어가며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DA는 2024년에도 관련 법률 정비를 요구하며 2년 유예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2027년 시행 방침을 유지하는 가운데 KDA는 투자자 보호와 과세 관련 법률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CI. (자료=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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