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불기소 의견, 4년 전과 달라…"법원 판단 받아야"
노동부 "쿠팡친구 블랙리스트, 법 위반 확인 안 돼"
2022년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의혹엔 기소 의견 송치
"타사와 공유 안 해서"...법조계 "근기법에 없는 기준"
2026-10-25 13:15:30 ㅣ 2026-10-25 15:59:54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고용노동부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난 2022년 노동부가 다른 기업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한 것과 반대되는 판단입니다. 이에 노동계·법조계는 노동부가 근기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적어도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0월9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노동부는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내고, 쿠팡의 취업 방해 목적의 블랙리스트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020년 쿠팡친구(전 쿠팡맨) 채용 과정에서 '심사숙고 고려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해 대상자들의 입사를 제한했다는 의혹으로, 올해 1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4년 쿠팡CFS가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일부의 재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보다 더 이전부터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노동부는 쿠팡의 '심사숙고 고려 대상자 리스트' 의혹에 대해 "채용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했다"면서도 "다른 회사로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외부에 공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노동부는 4년 전에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지난 2022년 1월 마켓컬리가 일부 일용직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기록한 명단을 작성해 이들의 재취업을 제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겁니다.
 
당시 검찰은 마켓컬리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타사가 아닌 자사 채용에 참고하기 위해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근기법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이번 노동부의 쿠팡 블랙리스트에 대한 결론과 같은 논리입니다.
 
노동부와 검찰이 이유로 내세운 '타사와 공유'는 근기법의 취업 방해 금지 조항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근기법 제40조(취업 방해의 금지)는 단순히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쿠팡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근기법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근기법은 블랙리스트 작성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그 부분(타사와 공유 여부)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법정에서 다퉈보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4년에 큰 논란이 된 쿠팡CFS의 블랙리스트 의혹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시 공익 제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쿠팡CFS가 일부 노동자들의 재취업을 제한하기 위해 'PNG(Persona Non Grata·기피 인물을 뜻하는 외교 용어)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용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리스트에는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했던 1만6450명의 실명, 연락처, 취업 제한 사유 등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특히 노조 조합원과 경찰청 출입기자단 명단까지 포함돼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지난 2024년 3월 근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노동부에 고소했으며 경찰도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팡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노동부의 취업 방해 금지 위반 감독 결과는, 블랙리스트(PNG 리스트) 고소 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선제 작업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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