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베어허그 입법 속도…'진성 제안' 기준이 관건
공개매수 의견표명 15.9% 그쳐…이사회 책임 강화 추진
"법률 요건 명시" vs "정의 쉽지 않아"…진성기준 공방도
코스닥 불공정거래 악용 우려…11월 국회 심사 본격화
2026-10-27 16:22:52 ㅣ 2026-10-27 16:28:03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실제 인수 의사가 있는 제안과 주가 변동을 노린 허위·탐색성 제안을 가려낼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인수 제안과 이사회의 대응을 주주에게 공개해 저평가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유도하자는 취지지만, 공시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기업의 협상과 경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7일 오기형·김남근·김현정·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국회에서 연 '한국형 베어허그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제도 설계 방향이 논의됐습니다. 오 의원 등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의 경우 이사회가 독립적 절차를 거쳐 의견을 밝히도록 하고, 위반하면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현행법은 의견 표명을 회사 재량에 맡기고 있어, 인수 제안을 받아도 "확정된 바 없다"는 조회공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개매수 113건 가운데 대상 회사가 의견을 표명한 사례는 18건(15.9%)에 그쳤습니다.
 
핵심은 '진성 인수 제안'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입니다. 허위·과장된 인수 제안이 공시되면 주가가 오른 뒤 제안자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제안을 철회해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성 여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하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안까지 검토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어, 객관적인 판단 기준 마련이 과제로 꼽힙니다.
 
심혜섭 변호사는 진성 제안의 판단 요소로 제안자 실체와 인수 목적, 가격·거래 조건의 구체성, 자금조달 근거, 실행 가능성, 인수 후 경영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초기에는 조달 가능성 자료를 확인하고, 거래가 구체화될수록 자금 확약 등으로 증빙 수준을 높이는 단계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황 연구위원은 "진지한 제안의 판단 기준을 법률로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과 일본도 진지한 인수 제안 자체를 법률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코스닥에서 작전세력과 결탁한 인수 제안이 나오면 제도가 불공정거래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통보한 98건 가운데 66건이 코스닥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실효성을 두고도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인수 제안이 이사회가 아닌 지배주주에게 직접 전달되면 공시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저PBR 하위 30개사의 내부지분율이 55.25%로 상장사 평균(42.39%)보다 높아, 공시만으로 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심 변호사는 상장사의 70.7%가 최대주주 측 지분 50% 미만이라며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유지분 매각 제안을 받은 상장 모회사에도 설명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FCP의 에스원 지분 인수 제안을 거절한 삼성 계열 5개사가 주주에게 판단 근거를 밝히지 않은 사례를 들었습니다.
 
기대와 우려도 교차합니다. 김유성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3일 종가 기준 코스피 보통주 801개 중 579개(72.28%)가 PBR 1배 미만이어서, 공개된 제안가가 기업가치의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재계는 방어 전략이 노출돼 중소·중견사가 행동주의 펀드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무 보완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최철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공시 기준인 '인지한 때'를 명확히 하고 유예·면제 기준을 둬야 한다고 했고, 김정남 전 APG 아시아태평양 선진시장팀 총괄헤드는 위반 제재를 거래 규모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법안 심사는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본격화하며, 같은 달 2일에는 저PBR 기업 명단이 처음 공표됩니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베어허그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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