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가 사라졌다…GV80 하이브리드, 가족이 먼저 알아챈 승차감
(시승기)악명 높은 방지턱도 ‘스르르’
주말 정체 춘천길서 연비 17.5km/L
2026-10-28 16:37:45 ㅣ 2026-10-28 16:37:45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동네 회전교차로 앞에는 유난히 높게 솟은 과속방지턱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면 뒷좌석의 아이가 어김없이 “어이쿠” 하고 외칩니다. 차체가 들썩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이제는 우리 가족의 효과음이 된 소리입니다.
 
제네시스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의 전면 모습.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헤드램프가 제네시스 특유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네시스)
 
그날은 조용했습니다. 방지턱도, 아이도, 뒷좌석도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건 차 한 대,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뿐이었습니다. 앞바퀴가 턱에 올라서는 순간의 충격은 모서리가 깎인 듯 둥글게 전해졌고, 차체도 크게 출렁이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강원 춘천으로 향하던 길, 이 차가 가장 먼저 남긴 인상은 연비도 가속력도 아닌 승차감이었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제네시스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첫날에는 가족과 함께 강원 춘천을 다녀왔고, 이튿날에는 혼자 경기 안성까지 달렸습니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효과를 살폈습니다. 
 
아이가 조용했던 데에는 새로 적용된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쇼크업소버의 역할이 컸습니다. 차체가 솟구칠 때와 다시 내려앉을 때 충격을 받아내는 힘을 각각 따로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턱을 넘는 순간에는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넘어선 뒤에는 차체가 여진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줍니다. 제네시스는 앞뒤 스프링과 후륜 스태빌라이저 바 등의 강성도 손봤습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품으면서 무거워진 차체에 맞춰 하체를 다시 다듬은 것입니다. 기존 GV80과 나란히 놓고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지나는 길에서 몸이 먼저 알아챈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의 2열 실내 모습. 퀼팅 패턴이 적용된 가죽 시트와 넉넉한 뒷좌석 공간이 눈에 띈다. (사진=김하늬 기자)
 
GV80 하이브리드는 제네시스가 브랜드 출범 11년 만에 내놓은 첫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최고출력 277마력의 2.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시동과 발전을 맡는 모터, 그리고 구동과 회생제동을 맡는 최고출력 59.1kW의 모터를 결합했습니다. 변속기는 후륜구동 기반의 하이브리드 전용 7단입니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으로, 기존 2.5 가솔린 터보 모델(304마력)보다 약 16% 높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제네시스 자체 시험 기준 7.1초면 충분합니다. 길이 4950mm, 너비 1975mm에 공차중량이 2.2톤을 넘는 거구지만,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면서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제네시스는 시속 100km에서의 재가속 성능도 기존 모델보다 약 18% 높였다고 설명합니다.
 
힘보다 더 반가운 건 고요함이었습니다. GV80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엔진보다 전기모터를 적극적으로 쓰도록 설계됐습니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출발 직후 시속 약 30km까지는 전기모터 주행을 적극 활용하고, 엔진과 모터의 개입을 정교하게 조율해 전기차에 가까운 감각을 냈습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거나 신호등이 촘촘한 도심을 지날 때 엔진이 끼어드는 일이 줄어드니 소음과 진동도 함께 줄어듭니다. 수랭식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적용해 모터가 쓸 수 있는 출력도 끌어올렸습니다. 하이브리드가 기름을 아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급 SUV에 필요한 정숙성까지 책임지는 셈입니다.
 
춘천으로 향하던 길은 주말 나들이 차량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습니다. 61km를 가는 데 1시간 36분, 평균속도는 시속 약 38km에 불과했습니다. 운전자의 인내심은 바닥을 향했지만 계기판의 숫자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표시된 평균연비는 L당 17.5km였습니다. GV80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9인치 휠, 2WD 5인승 기준 L당 12.0km입니다. 기존 2.5 가솔린 터보 모델(9.3km)보다 약 29% 좋아진 수치인데, 춘천길에서는 이 공인 연비보다도 약 46% 높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의 실내 모습.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27인치 통합형 디스플레이와 수평형 대시보드가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제네시스)
 
정체가 언제나 연비에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달리고, 감속할 때마다 회생제동으로 에너지를 되찾아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길이 오히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실력을 발휘할 무대가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튿날 안성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연비를 확인했습니다. 약 75.7km를 59분 동안 달려 L당 13.9km를 기록했습니다. 춘천길보다는 낮았지만 이번에도 공인 연비를 웃돌았습니다. 두 수치는 각 구간에서 계기판으로 확인한 기록으로, 시승 기간 전체의 누적연비는 아닙니다.
 
생활 속 쓰임새도 챙겼습니다. 시동을 걸지 않고도 고전압 배터리로 공조장치와 멀티미디어를 쓸 수 있는 '스테이 모드', 최대 3.6kW 출력의 외부 전력 공급 기능(V2L)을 지원합니다. 차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야외에서 전기가 필요할 때 요긴한 기능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연료 효율만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GV80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2.0km로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개선됐지만, 차량 무게가 2.2톤을 넘는 대형 SUV인 만큼 연비 개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시승에서도 주행 환경에 따라 연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가격도 부담입니다. GV80 하이브리드의 기본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7680만원입니다. 고급 사양을 추가하면 9000만원대까지 올라갑니다. 연료비 절감만으로 가격 부담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정숙성과 승차감, 주행 성능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가 구매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의 측면 모습. (사진=김하늬 기자)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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