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에 10년 넘게 묶인 불법파견 재판…"승소해도 정년 지나"
16년째 재판 중인 비정규직도
정년 지나면 승소 적용 못받아
"지연될수록 노동자 고통 깊어"
2026-10-28 17:20:30 ㅣ 2026-10-28 17:31:31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제조업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 넘는 기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일부 재판은 소송을 제기한 지 16년째 아직도 대법원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노동계는 법원이 빠른 판단으로 권리를 구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28일 금속노조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부당 축소·지연 판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대법원에서 아직 결론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차 아산공장, 동희오토, 한국타이어, 현대위아 창원공장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이 6년에서 10년 이상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법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이 처음 나온 이후, 제조업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대법 확정판결까지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아산·전주 공장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2010년 제기한 소송은 2022년 10월에서야 대법원 판단을 받았습니다. 소송 제기부터 판결 확정까지 약 12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으나, 2차 하청이라는 이유로 파기환송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2명의 소송은 16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2010년 소송을 시작된 뒤 2014년 9월 1심, 2017년 2월 항소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 받았지만, 2022년 10월 대법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4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불법파견임을 확인 받았으나, 사 측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사실상 5심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에 노동계는 판결이 지연되면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정년이 지나는 등 노동자의 권리 구제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제기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은 재판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2022년에야 1심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지만, 소송에 참가한 노동자 중 2명은 정년을 넘겨 판결 적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28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부당 축소·지연 판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명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소송 제기 후 10~15년을 기다리며 해고와 임금체불, 가압류와 손해배상으로 삶 자체가 파괴되고 있다"며 "정의의 실현이 지연될수록 불법은 더 커지고, 노동자의 고통은 더 깊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습니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을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은 "승소하더라도 이미 정년이 지났거나 일터로 돌아갈 기회를 잃었다면 권리 구제의 의미는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김대용 서울고등법원장은 "지적한 내용에 대해 판사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노동계는 법원이 2차 하청, 간접 공정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계약서의 형식만 보고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등 판결이 후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현장의 구체적인 실질을 배제한 채 기업들이 포장해 놓은 형식만을 근거로 삼으며, 2차 하청과 간접생산 공정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인위적인 경계선까지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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