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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미 대선 누가돼도 한미동맹·대북정책 '가시밭길'

전문가들, 미중갈등 현실화 속 유연한 상황관리·균형외교 주문

2020-11-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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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갈등 현실화 속 국제관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시기 변화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국제정치정문가들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상황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와 조화를 맞추면서 미중 사이에서의 이른바 '균형외교'의 카드를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왼쪽부터),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등 한미동맹·안보분야 전문가들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각 전문가 제공
 
"누가 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가 기본 전제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미 대선 후를 전망할 때 누가 되든 국제정치에 관한 정책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우선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책 차이는 주로 사회나 경제에 있을 뿐 국제정치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2016년 대선에서 소환해낸 건 개인적·정치적 리더십이 아니라 미 국민들이라는 점"이라며 "누가 되든 외교정책에 대해 관용이 없고 인색하며 미국의 역할을 엄격하게 정하는 기조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란 게 기본 전제"라고 짚었다.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반감, 국제사회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쓰는 데 대한 거부감, 평범한 백인층이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목표한 바이든·민주당이라도 미중 갈등 구조를 되돌리는 등 극단적인 변화를 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러와 미래전 준비하는 미 MDO,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 
 
이에 한미동맹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압박이 바이든 후보의 은근한 압박으로 방식만 바뀔 뿐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에도 주한미군 규모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차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방적 결정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취하진 않고 충분히 한미 간 협의를 거치며 파장이 크지 않게 관리할 뿐"이라고 예측했다.
 
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는 미국이 현재 중국, 러시아 등 대규모 군사국과의 미래전을 준비하기 위해 펼치는 '다층영역작전(MDO·Multi Domain Operation)' 관점에서 한국은 적과 너무 가까운 근접지역이기에 대규모 군대나 중요군대시설을 놓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전략적 판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바이든 후보가 주한미군 감축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현재 규모를 유지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방위비 분담금도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터무니 없는 50억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오히려 바이든 후보가 합리적 수준에서 인상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 재선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 시 한반도 정책 변화에 관심이 높지만 한미동맹·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누가 돼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톱다운식'·바이든 '클린턴식' 반복 어려워 
 
대북정책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식 접근이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예상되는 '바텀업'보다 효과적일 거란 기대가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후 다시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는 낮았다.
 
박 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과거부터 북핵 뿐 아니라 주한미군과 핵우산 철수를 '조선반도 비핵화'로 주장해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결국 이런 이견만 확인하는 데 그쳤고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전세계에 공언한 계기가 됐기 때문에 미국은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북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한 건 아니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박 원장은 "바이든 후보는 물론이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미 의회를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할 확률이 90%에 달하고 북한문제에 대한 미 의회와 사람들의 기준은 높아진 반면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된 상황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북미 협상이 재개 또는 활성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바이든 후보 당선 시 '클린턴 3기' 기대나 도쿄올림픽 활용을 통한 관계 개선은 "희망사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 연구위원은 "클린턴 때는 북이 핵실험을 한번도 안했는데 어떻게 클린턴 3기로 가느냐"면서 "민주당은 클린턴 말기부터 오바마 때까지 철저히 기만당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올림픽 출전자격과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도 의문이지만 이벤트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대북정책 유연성 갖춰야…미중 '균형외교'도 중요"
 
종전선언과 인도적 협력, 경제교류 등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 전망도 어둡다. 차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남북관계가) 나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꼭 그렇진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주목 받는 건 자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지나치게 한국이 앞으로 가는 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북에 어떤 양보를 통해 전격적 합의에 타결한다면 동맹을 맞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남북관계에 있어 한국정부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남북관계 발전에만 몰입할 경우 원칙론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와는 이견 노출이 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바이든 후보는 인권을 중요시 하기에 그에 대해 한국정부가 계속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 이견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동맹도 거래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남북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 중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정부가 대북정책 방향을 바꿀 유연성이 있는지 여부"라며 "양측에 다 적응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연구위원은 또 미중 사이에서도 "표면적으로 미국의 '쿼드'가 안보협의고 중국의 '일대일로'는 경제협력이란 이유로 일대일로에는 별 거부감 없이 들어가면서 쿼드에만 주저하는데 한쪽에 열린 접근을 했으면 다른 쪽에도 그렇게 해야 레버리지가 강해진다"며 "양쪽에서 제시하는 협력구성에 대해 표리부동해선 안 된다"고 균형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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