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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무책임한 경기 운영의 끝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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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어 ‘김 빠진 맥주’격이 될 우려가 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감동과 박수를 보내는 장면도 많았다. 반대로 최악의 경기 운영을 보여준 종목을 선정하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인 야구를 꼽지 않을까 싶다.   
 
주최국이자 리그 수준이 우리보다 높은 일본에게는 열세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이너리거로만 구성된 미국이나 은퇴한 선수까지 포함된 도미니카공화국에게 참패해 노메달로 그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팬들의 비판과 책임론은 김경문 감독으로 향하고 있다.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출전·교체·경기 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진다. 특히 선수 선발에는 항상 잡음이 따른다. 야구 특성상 양궁처럼 오직 실력으로만 구성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이번 대표선수 구성은 과거보다 논란이 심했다. 특히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등 잡음을 일으켜 대표팀에서 박민우·한현희가 탈락했을 때 대체 선수로 비슷한 유형의 선수이자 가장 성적이 좋은 강재민과 정은원을 선발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결정이며, 권한이다. 
 
이번 야구 국가대표의 성적을 받아들고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책임에 관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는 국내 경기에서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도 많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예를 들면 김경문 감독은 긴 이닝을 나눠서 던져야 해서 선발 투수 중심으로 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발 투수가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 타자만 상대하기도 했다. 오히려 팀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조상우는 7경기 중 무려 6경기에 나와 146구나 던졌다. 그리고 '믿음의 야구'라고 불리던 김 감독의 스타일은 '고집의 야구'라고 공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짧은 기간 진행되는 게임임에도 컨디션이 좋은 선수보다는 이름값 위주로 선발라인을 구성하다 보니 공격의 맥이 빈번히 끊겼다. 이는 모두 감독의 권한이다. 권한에는 당연히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팬들은 선수보다 감독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올림픽 패자 준결승에서 미국에 패한 후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음만으로 일본에 온 것은 아니라”며 “금메달을 못 딴 것은 크게 아쉽지 않다”고 했다. 이는 이미 술렁이는 팬들의 감정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이는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의 위치에서 할 발언이 아니었다. 
 
권한과 책임은 같이 움직인다. 스포츠가 아니라 기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당연하고, 정부와 청와대. 모두 마찬가지다. 권한을 가진 사람과 집단은 모두 똑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런 책임을 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착은 부동산정책이다. 그런데 지난 달 28일 홍남기 부총리의 부동산 담화의 경우가 책임이 사라진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세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택 가격의 상승을 과도한 상승 기대심리와 부동산 시장 왜곡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보다는 시장, 참여자, 투기 세력의 문제라고 한 것이다. 
 
물론 시장과 참여자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투기 세력이 없다면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그렇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사례다. 그래서 송구스럽다고 하는 감정 표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책임을 느낀다는 감정의 표시는 실질적인 책임지는 행위를 모면하게 한다.
 
어떤 자리에서는 피할 수 없는, 피해서는 안 되는 게 권한 행사이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팬들은 김경문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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