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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수처, '선택과 집중' 뒷북…수사 정당성 더 멀어져

'고발사주' 수사 석달째 개점휴업…'판사 사찰'건은 넉달째 표류

2022-02-14 06:00

조회수 : 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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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을 사실상 여과 없이 접수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시민단체 고발건을 대량으로 검·경으로 이첩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한 고발 사건들 역시 수개월간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을 보인 데다가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본격적인 수사가 가능할 전망이어서 '정치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은 계속 될 전망이다.
 
공수처, 사세행 고발 30건 중 22건 검경 이첩
 
앞서 지난 10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자신의 단체게 공수처에 고발한 윤 후보 관련 사건 30건 중 22건을 공수처가 검·경에 단순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첩 사건 중 '윤석열 처가 양평개발비리', '윤석열 처가 회사 개발부담금 뇌물성 면제 특혜' 고발건은 경찰로 이첩됐고,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관련 검찰비리' 고발건 등 대부분은 대검찰청으로 이첩돼 수사부서 배당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현재 공수처에서 계속 수사 중인 윤 후보가 입건된 관련 고발건은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불기소 처분 관련 검찰비리 의혹'과 △'판사불법사찰 의혹사건 및 무혐의 처분 직권남용 의혹' △여권인사 및 언론인 야당 고발 사주 의혹 등 3건이다.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수사 9개월간 표류
 
그러나 이 가운데 '옵티머스펀드 관련 의혹'은 지난해 6월4일 윤 후보를 입건한 뒤 9개월 동안 윤 후보는 물론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9일 입건한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고발 건 수사는 사실상 3개월째 '개점휴업'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일 실무선상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2차 구속영장까지 기각된 후 이렇다 할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손 검사는 지병 입원을 이유로 지난 1월부터 8주간의 입원에 들어갔다.
 
그나마 공수처가 수사에 나름 자신을 보이고 있는 고발 사건은 '검찰 판사 불법사찰 의혹 사건'이다. 이 의혹과 관련해서는 서울행정법원 12부(부장 정용석)가 지난해 10월 윤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징계사유로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공수처장 "'판사사찰 의혹' 판결문이 증거"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해 12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시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법원의 판결문이 수사의 중요한 증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후보를 포함한 6명의 전현직 검찰 수뇌부와 국민의힘 의원을 지난해 10월22일 입건한 뒤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치인 등 권력자들의 반부패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고위 검찰 간부는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인데, 수사의 효율성이나 경제성 보다는 지나치게 명분에 치우쳤다. 그것이 결국 지금의 화를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인을 수사할 때에는 혐의가 짙은 것부터 선택하고 그것이 끝나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수사해 종료해야 한다"면서 "시간을 끌수록 정치적 입김이 세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수사 대상에게까지 끌려간다. 이것이 결국 정치적 중립성 비난까지 더해져 결국 수사를 망치는데 지금의 공수처가 딱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욕만인 수사가 정치적 중립 논란 불러"
 
검찰에서 반부패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던 다른 전직 고위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도 비슷한 말을 하면서 "지금 공수처가 시민단체 고발건을 검·경으로 이첩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기 보다는 시기를 놓친 사건들을 떠넘긴 것에 가깝다"면서 "공수처가 주물럭 거리는 동안 이 사건 수사대상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는 규모상의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 수준의 수사를 하기는 어렵다. 의욕만으로 수사가 된 다면 누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직접 피의자로 입건 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흐지부지 돼 공판이 열려도 윤 후보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유죄를 받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중견 로펌 대표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만 봐도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한 뒤 수사를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공수처가 지나치게 '구속 수사'에 집착한 것 같다"면서 "'고발 사주' 사건 수사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공수처 수사 전반에 장애를 가져 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끝나도 수사 정당성 확보 어려워"
 
과거 특검에서 활동한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칫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수처 스스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 끝날 때까지는 공수처가 정치권 관련 수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진영 중심으로 국민이 갈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선이 끝나더라도 공수처 수사가 얼마나 정당성을 확보할 지 불투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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