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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영상)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에 민주당 내홍 격화

"송영길은 필패"…대선 패배 책임에 당대표 사퇴, 정치적 근거지도 인천

2022-04-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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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오른쪽) 전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민주당이 다시 내홍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대표 직에서 물러나자 마자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을 놓고 명분도, 진정성도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필패가 뻔한 송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울 경우 서울 지역의 구청장, 광역의원 등도 동반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소속 국회의원들의 우려도 커졌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가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당내 '86그룹' 일원인 3선의 김민석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를 향해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며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시킨 86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1월 "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저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정부 탄생의 마중몰이 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김 의원은 이를 가리켜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서울시장에 나설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부각되면서 이른바 '송영길 차출론'으로 비화될 것을 염려했다. 그는 이낙연·정세균·추미애·박용진·박영선·임종석·박주민·강병원·우상호·김현종 등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당 안팎 인사들을 모두 언급하면서 다양한 후보군을 추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교황식 시민후보 선정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할 것과, 당의 정책적·정치적 진로를 놓고 머리를 맞댈 전체 의원 워크숍 개최를 요청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일찍 결심해버리면 지도부가 작전을 구사할 방법은 이제 없다"며 "송 전 대표의 출마선언이 결국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으나 박영선 전 의원에 밀려 본선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다시 나설 것으로 해석됐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그 뜻을 꺾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초선인 전용기, 이수진(서울 동작을), 이용빈 의원 등이 송영길 차출론을 제기하고,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7인회 소속 정성호, 김남국 의원까지 송 전 대표의 지방선거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띄우자 결심하는 모양새를 가졌다. 이는 곧바로 이 상임고문의 지원으로 해석됐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지도부 총사퇴를 주도한 뒤 호남 등 사찰을 돌며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을 진행했다. 
 
송 전 대표 결정에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민석 의원을 비롯해 남인순, 우상호, 정청래, 김영배 의원 등 서울에 지역구를 둔 20여명은 지난달 31일 모임을 갖고 대선 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명분이 없다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대선 패배에 책임이 없고 중량감이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거쳐 후보군을 추리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직접 1일 윤호중 비대위에 규합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언론 보도로 무산됐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중앙당에서 결정할 사안이기는 하지만, 서울 결과가 전체 지방선거 승패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서울 지역 의원들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승리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후보군으로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낙연(왼쪽)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10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장 후보를 노리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 출마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반대를 하는 것 같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복귀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원래 서울 출신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의 지적대로 송 전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는 인천이다. 인천에서만 5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인천시장도 지냈다. 
 
당 안팎에서는 최근 송 전 대표 출마를 둘러싼 반발 이면에 제2의 명낙(이재명·이낙연) 대전과 같은 계파갈등이 잠재한 것으로 해석한다. 송 전 대표가 친이재명계 지원 없이 스스로 나섰겠느냐는 주장이다. 민주당이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하긴 했지만, 최근 이재명 고문이 '서울 송영길, 경기 김동연' 카드 지원을 부탁했다는 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의원들도 이번 상황을 당내 계파 갈등으로 규정짓는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민석 의원은 "일부에서 특정계파, '명낙대전' 재현 등을 언급하는데 잘못 본 것"이라며 "이 고문이 송 전 대표에게 출마를 강권한 것도 아닌데 이 문제를 계파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나쁜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박주민 의원도 "송 전 대표 출마에 이 고문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확인해 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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