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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가상자산시장 기로②)은행 직접투자 고사하고 수탁업도 어려워

은행들 "겸영 규제라도 빨리 없애야"

2022-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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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규제 장벽은 높기만 하다. 지난해 특금법 개정 등으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근거가 마련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은행들이 직접 가상자산을 수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다. 
 
반면 외국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스위스 투자은행 본토벨과 미국 US뱅크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하나둘씩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수탁할 수 없는 상태다. 대신 가상자산 수탁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간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키라 등 투자은행들은 전통 금융업의 확장 버전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은행이 암호화폐 선물 거래를 진행 또는 준비 중인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투자은행 중 최초로 암호화폐 장외거래를 시작하기도 했다. 최초 비트코인을 대상으로만 시작했다가 이달 들어 대표적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까지 확대했다. 
 
국내 은행들의 요구 사항은 코인거래소와 가상자산 보관 전자지갑 서비스,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등의 사업을 은행들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도입될 가상자산업법에서 가상자산업으로 정의하는 사업을 은행도 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사업 다각화의 목적이 깔려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작년 실적을 보면 총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86.1~92.6%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미 올초 각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화두로 던질 정도로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면서 "가상자산이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각광 받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업을 하려면 겸영 업무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 현행 은행법 아래에서 은행들은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 투자 방식 등으로 가상자산 사업에 간접적으로나마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블록체인 기업 해시드와 함께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업) 서비스사 '코다(KODA)'를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커스터디 사업을 하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 위탁관리 합작법인 '카르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불공정 거래나 시스템 오류 등으로부터 가상자산 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디지털자산 거래계좌와 은행을 연계하는 전문금융기관 육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은행들의 가상자산업 진출에 새로운 활로가 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인수위와 금융위원회에서도 은행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가상자산산업의 규율과 육성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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