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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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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러시아 디폴트 초읽기에도 루블화·주가 평온 ‘왜?’

돈 있어도 못갚는 부도, 영향력 제한적…6월 변동성 확대 대비해야

2022-05-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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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이 러시아의 채권 원리금 상환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달러화, 유로화 등으로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을 루블화로 갚겠다고 밝혔지만 무디스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이로써 러시아 디폴트는 사실상 한달여 남은 시한폭탄 신세가 됐다. 이와 함께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대러시아 금융제재 중에도 러시아의 채권 원리금 상환에 한해 인정했던 예외조치를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 재무부는 “미국이 주요 제재 중단을 종료함에 따라 루블을 활용해 달러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고 대응했으나, 이미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달러채권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 디폴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발행한 외화국채는 약 40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국채 외에도 가즈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주요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도 상환 길이 막힌 건 마찬가지여서 디폴트 위험에 놓인 채권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이로 인해 러시아 국채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는 물론 전 세계가 디폴트 사태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에도 모라토리움을 선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러시아는 GDP 감소, 자본유출, 제정적자, 임금체불, 하이퍼인플레이션 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루블화와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하는 등 글로벌 경제도 홍역을 앓았다. 
 
그나마 모라토리움은 채무상환을 안하는 게 아니라 미뤄달라는 것이다.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의 구제금융을 받아 채권 만기를 연장하고 구조조정을 벌이게 된다. 러시아도 모라토리움 당시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하지만 디폴트는 채무이행을 하지 못해 파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약속한 날짜에 채무를 갚지 못하면 부도처리되는 것처럼 국가도 다르지 않다. 
 
러시아는 64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이자를 갚기에 충분한 돈이다. 문제는 이 돈의 절반이 미국의 금융제재로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 묶여 있어 인출할 수가 없다는 것. 채권자인 러시아는 상환 의지를 나타냈고 채무자도 당연히 돌려받고 싶겠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러시아는 6월24일로 예정된 1억5900만달러 상환일을 지키지 못하면 그로부터 15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7월9일 디폴트에 이르게 된다. 폭발시각이 표시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디폴트가 예상된다면 지금쯤 러시아 금융시장은 풍비박산 했어야 정상인데 금융시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러시아 루블화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달러당 14.42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침공 전 수준인 6루블을 오가는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한국 등 주요국 증시에서는 러시아 주식 거래가 차단됐지만, 러시아에서는 주식거래를 재개한 러시아 RTS지수는 2월23일 1204포인트에서 다음날 742포인트로 하루새 38%나 폭락했으나 지금은 1200대 부근으로 반등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이번 디폴트 위기가 러시아의 상환능력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서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시장이 위험을 반영했다는 의견도 많다. 
만약 러시아의 디폴트가 확정된다고 해도 미국, 유럽 등 채권국이 담보로 잡고 있는 러시아 소유 자산이 있어 전쟁 끝나기를 기다리면 해결될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러시아국채에 직접 노출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예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어디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부각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 채권과 직접 연계된 손실 외에도 루블화나 원자재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7월 시한이 다가올수록 시장의 소음도 커질 것이다. 미국이 목소리를 높인 직후인 26일에도 변동폭이 커져 상존하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투자자들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출렁일 것을 대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거나, 반대로 시장의 충격을 이용해 자산을 저가에 매수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이 있어야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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