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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권리당원 전원투표' 백지화…'몰래 꼼수'에 '개딸 정당' 우려(종합)

중앙위, 당헌 80조 개정안도 부결…숙의과정 생략에 이재명 사당화 우려까지

2022-08-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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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권리당원 전원 투표 우선' 당헌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 중앙위원회가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당의 최고의사결정 수단으로 삼는 당헌과 ‘기소시 당직자 직무 정지’를 골자로 한 당헌 80조를 모두 부결시켰다. 그간 중앙위는 총 6차례에 걸친 표결을 진행했는데 지도부,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안건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부결에는 막판 쟁점으로 부상한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관련 당헌이 영향을 절대적이었다. 특히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헌 변경 사항에 대해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고 처리했다는 데서 오는 반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 주장이 ‘당심’이라는 이유로 추진됐을 때 “히틀러”, “나치” 등과 같은 전체주의식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비대위는 당내 반발을 산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관련 당헌을 제외, 당헌 80조 개정안 등을 다시 당무위, 중앙위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딸 정당' 전락 우려에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박정희의 유신헌법까지 등장 
 
변재일 중앙위의장은 24일 오후 결과 브리핑을 통해 논란이 됐던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관련 당헌과 ‘기소시 당직 정지’를 골자로 한 당헌 80조 개정안이 모두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총 566명이 참여했는데, 논란이 된 두 당헌 개정안이 담긴 의결안에 대해 268명(47.35%)만이 찬성해 통과 기준인 50%를 넘기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반대는 162명이었다. 해당 안건 통과까지 14표가 부족했다. 
 
이번 부결에는 막판 쟁점으로 부상한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관련 당헌에 대한 당내 반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헌 3장(대의기관) 1절 15조(지위와 구성) 1항은 ‘전국대의원대회는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대의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준위는 당헌 3장에 ‘당의 최고대의기관인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내용을 신설,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최고대의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도록 했다. 당무위는 해당 내용을 지난 19일 심의·의결했다. 비명계는 당무위 때만 하더라도 ‘기소시 당직 정지’를 핵심으로 한 당헌 80조 개정안에 이목이 쏠려 해당 안건을 살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전날 열린 TV토론회에서 “당헌은 당의 헌법인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대부분 의원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당내에서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급기야 전날 열린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를 마친 뒤 반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규합됐다. 소장파 조응천 의원이 중심이 돼 총 26명의 의원들이 ‘중앙위 연기’를 촉구하며 반대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됐다. 하지만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려는 받아들이지만 그렇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중앙위를 예정대로 개회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 신설은)기존 당헌에 있던 조항을 행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거나 요건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달았다. 
 
특히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격심사를 먼저 받은 뒤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를 줄였다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었다. 비대위는 제36조 ‘전당원투표의 적격심사’ 조항에 따라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 중인 사항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 활동 및 당의 고유 권한과 사무에 속한 사항 △당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 △후보자 추천에 관한 사항 △조직(기관과 기구 포함)의 설치와 변경, 인사·정원·신분·보수에 관한 사항 △동일한 청구내용에 관한 사항 등 6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6가지 적격심사 외에도 36조 2항에 “당의 중요 정책 및 결정으로 보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당무감사원의 의결로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도 뒀다.  
 
비대위가 중앙위를 예정대로 소집하자 비명계는 바삐 움직였다. 박용진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위원들에게 문자를 통해 “마지막 방법으로 중앙위원들에게 호소드린다”며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리 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로 신설하는 안건인 세 번째 당헌 개정안에 반대 표결해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당내에서도 해당 당헌에 대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불만은 안규백 전준위원장을 향하는 모양새다. 한 중진 의원은 “안 전준위원장이 당내 숙의도 거치지 않고, 이렇게 일 처리를 할 줄 몰랐다”며 “당대표 후보들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몰래 이런 당헌을 통과시키려고 했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개딸' 등 이재명 후보 강성 지지층의 극단적 주장이 과대포장돼 당 의사결정을 좌우할 경우 당이 최종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이번 전당대회 득표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권리당원 표심이 '이재명 1인'에게 몰리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 후보의 뜻을 받드는 권리당원의 집단행동을 통해 다시 이 후보 뜻을 관철시키는 '이재명의 민주당'(사당화)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박용진 후보는 "헌법상의 국민투표도 국민 과반의 투표 참여와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여기는 30%만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산술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개딸 정당'이 될까봐 무섭다"고 했다.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 박정희의 유신헌법 등 극단적 비유도 동원됐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일은 국민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고 있다. 독재자 히틀러의 국민투표제 악용 경험 때문”이라며 “1933년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고, 1934년 신임투표 형식의 국민투표에서 승리하여 총통에 취임, 그 길로 전체주의 체제로 치달은 경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박용진 후보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우리 국민의 30%가 참여해서 유신헌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보시라. 동의하실 수 있겠냐”고 계속해서 공세를 이끌었다. 
 
변재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변 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부결 소식에 비대위 ‘당혹’…다시 당무위·중앙위로
 
당초 비대위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해당 안건이 전준위를 거쳐 당무위에서 심의·의결된 만큼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당헌 개정안이 모두 부결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친명계도 당원이 주인인 직접 민주주의 구현이 무산됐다며 반발했지만, 갈등 확산을 우려해 조직적 목소리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은 그동안 여러 이슈들이 있었는데 내일(25일) 의원총회에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 중앙위원들의 부결이 있었는지 내부에서 고찰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위에서 부결된 것이라 당혹스러움이 더했다. 민주당은 이번까지 총 6차례 중앙위를 열었지만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변인은 “결과가 나온 만큼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본다”며 “중앙위의 뜻을 겸손하게 존중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우상호 비대위 체제에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특히 비대위는 중앙위에서 부결시킨 주된 원인을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해당 당헌을 제외한 당헌 80조 등을 다시 당무위, 중앙위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신 대변인은 “이틀간 당헌 개정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결과를 분석해보면 결국 권리당원 투표 부분이 최근 공방이 됐고 일부 의원님들의 이의 제기와 숙고에 대한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비대위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해당 신설된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명시한 14조2항을 전면 제외하고 나머지 당헌 개정안을 다시 당무위에 올리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무위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중앙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비대위는 절차상 전준위를 생략하기로 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에 반대해온 박 후보는 이날 중앙위를 마친 뒤 “저는 오늘 중앙위 부결 결과가 민주당 바로세우기의 매우 중요한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안에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투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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