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1월 결합 무산 이후 300여일간 친환경·스마트십 개발과 고부가 선박 중심 초과 수주 달성으로 무탄소 선박 시대 조선시장 재편에 대비하고 있다.
양사의 3분기 표정이 다르지만 전망은 밝다. 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 1888억원으로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 6278억원으로 전 분기 995억원 적자에서 규모가 커졌다. 해양플랜트 분야 매출 감소와 공정 지연, 주문주와의 클레임 합의에 일회성 비용이 든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고정비 부담으로 4분기 적자를 이어가겠지만, 향후 높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을 건조하기 시작할 때 이익률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2022년 하반기 철강사와 후판가 협상 결과에 따른 추가 이익도 기대 요인이다.
.jpg "HD현대 정기선 대표와 사우디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HD현대 정기선 대표와 사우디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이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양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의 127.8%, 대우조선해양은 117%를 달성했다. 이는 각 사의 3~4년치 일감으로 추산된다.
이들 조선사는 첨단 조선소와 선박 기술 투자가 활발하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드 알 팔레 투자부 장관을 만나,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우디 아람코와 추진하는 합작 조선소(IMI)와 엔진 합작사(SEMCO) 등 협력 사업 진척 상황과 일정 점검, 미래 프로젝트 논의 등을 했다.
앞서 HD현대는 2020년 사우디에 엔진 합작사를 세웠다. 합작 조선소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합작 조선소와 엔진 회사 지분을 각각 20%와 30%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를 조선해양 부문 전 계열사에 도입하고 현재 추진하는 자율 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에 활용할 방침이다.
탈탄소 선박 기술 준비도 한창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부터 에너지 기업 쉘이 운용할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에 600KW급 고효율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탑재해 보조 동력장치로 쓰며 1년간 실증한다.
그룹 내 자율운항 선박 업체 아비커스는 2023년부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에 나선다.
.jpg "대우조선해양의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연구개발 시너지를 노리는 한화와 합병을 준비하며 탄소 절감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을 17만4000㎥급 대형 LNG 운반선에 도입해 기존 선박보다 약 5% 연료 절감 효과를 냈다. 주요 항로인 유럽-아시아 운항 기준으로 한 척 당 연간 25억원을 아낄 수 있는 수준이다.
2024년 적용되는 국제선급연합회 IACS 사이버 보안 규정 대응을 위해 사이버 보안 기술 국산화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는 계열사의 태양광과 수소혼소, 암모니아 사업을 대우조선 운송 사업과 연결해 ‘생산-운송-발전’ 가치 사슬도 구축하려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세계 최초로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에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탑재해 고부가 운송능력을 확인했다.
한화는 향후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 상선에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해군에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공급한다. 이 기술이 대우조선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 민간 상선 개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잠수함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 기술을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