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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승리의 책임

2023-05-0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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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박광온 새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경기 수원정을 지역구로 둔 3선의 박광온 의원이 28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홍익표 의원과 결선 투표까지 가리라는 당 안팎의 전망과는 다르게, 박 의원은 너끈히 과반의 표를 얻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지었죠.
 
친명(친이재명)계가 다수인 민주당 지도부에서 원내대표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비명(비이재명)계의 의중이 박 의원을 향한 표심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더러 나오는데요.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계파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을 상기하면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범친명계인 홍 의원과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의 세 싸움 양상이었으니까요.
 
갈등과 분열이라는 배경을 안고 시작한 선거였지만, 새 원내대표에 요구되는 덕목은 통합이었습니다. 선거 과정과 결과가 각각 나타내는 함의가 달랐던 셈인데요. 어떤 후보가 당선됐든, 그에게 의원들이 기대하는 최우선순위는 명확했다는 뜻이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돈봉투 의혹으로 불거진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일입니다.
 
박 의원의 이런 승리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민주당은 급박한 상황입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국민의힘과 비슷해졌습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역사 발언 관련 논란으로 반사이익을 누릴만한 시점에 그러지 못한 것이죠.
 
다음 총선이 11개월여 남은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박 원내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질 텐데요. 여기서 이 대표와의 ‘케미’가 중요해집니다.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일각의 기대를 받고 등판한 박 원내대표지만, 총선 승리라는 목표 아래서는 이 대표와 힘을 합쳐야 하니까요.
 
박 원내대표도 이런 딜레마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아주 긴밀히 협의하고, 토론하고, 협력하고, 서로 보완해 당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면서도 “내년 총선에 우리가 승리하도록 준비를 하는 최고의,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어느 때보다 의원만이 아닌 당원과 시민의 관심을 받은 선거였다고 평가하는 분위깁니다. 새 원내대표가 당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상황이기 때문이겠죠.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박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입니다. 조직을 쇄신하면서도 결집하는 숙제를 푸는 일이 얼마나 달성되느냐에 박 원내대표를 향한 평가가 달릴 것 같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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