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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붕괴처럼 중국 변화 전략이라면, 실패 가능성 높아"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윤 대통령과 대담했던 조셉 나이 교수의 진단

2023-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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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아슬아슬하기만 한 한중관계가 바뀔 수 있을까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났습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25분간 회담한 이래 처음으로, 중국 최고지도부와 만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4일자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 인터뷰에서도 "이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말해, 한중일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몰두해온 한미일 3국 간 협력에 대해서는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당연히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역대 정부가 한중일 순서로 써온 것과 달리, '한일중'이라 하고, 윤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역할' 촉구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반도 불안은 비핵화 약속 안 지킨 미국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나왔어도,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향한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시 주석, 회담 25분에 당선인 시절 통화까지 합쳐도 50분
 
물론 외교라는 것이 '동시다발-종합예술'이기 때문에, 1번 문제 해결하고 나서 2번, 3번 해결하러 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집권 15개월 동안, 시진핑 주석과 직접 회담을 한 시간이 25분에 당선인 시절 통화 25분까지 합쳐도 50분뿐이라는 것이 상징하듯, 한중관계가 역대 최악인 상황에서 물꼬를 여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이번 주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회담이 예고되는 것을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분야에서까지 밀착하는 가운데, 중국에는 손을 내밀어야 하는 당장의 필요도 있습니다.
 
리창 총리를 만났다고 해서 이후 과정이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문을 열었고, 이를 두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3국 간 공식적인 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에 대해 지난 1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 통화에서
"한중 관계 발전에는 내생적 동력과 필연적 논리가 있으며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이 전략적 자주를 강화하고 각종 역(逆)세계화 조작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를 저지하며 양국 각 분야 호혜협력을 심화해 양국 인민들 더 행복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외교사령탑이 한국에 직설적으로 '대미자주'를 요구한 겁니다.
 
지난 4월 28일(현지시각)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을 마친 뒤 조셉 나이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조셉 나이(86)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미중관계 진단은 다양한 시사점을 줍니다. 국제정치학에 소프트파워(soft power) 개념을 창안한 것으로 유명한 나이 교수는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도 역임해, 정책현장까지 경험한 인물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미국 방문 중에 공개대담하기도 했으니, 윤 대통령도 친숙한 인물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강대국 경쟁은 21세기 전반기의 뚜렷한 특징이지만, 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냉전'이 격렬한 장기 경쟁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냉전에 속하지만, 이 용어가 과거에 대한 역사적 은유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아직) 냉전에 속하지 않으며 이를 피해야 한다."
 
그는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 1일 공개한 ‘미국은 중국과 신냉전을 추구해야 하는가?’(Should the US pursue a new Cold War with China?)라는 주제 서면토론회에서 발표한,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A new cold war with China?)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나이 교수 "과거 냉전에 대한 비유,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는 ”과거 냉전에 대한 비유는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직면한 실제 도전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과 소련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 상호의존도는 거의 없었고 게다가 기후 변화와 같은 생태적 상호 의존성은 아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늘날 중국의 도전은 상당히 다르다“고 했습니다. 안보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분리 또는 ‘위험 제거’는 필요하지만 완전한 경제 분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이를 따르는 동맹국은 거의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냉전 말기 소련 정권의 붕괴와 유사한 방식으로 중국을 변화시키는 것을 전략적 성공으로 정의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합니다. 공산당은 서방의 자유화를 두려워하지만, 중국은 우리가 침략하거나 국내 변화를 강요하기에는 너무 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나이 교수는 지난 6월 중국 방문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말한 중국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상기했습니다.(블링컨 장관은 6월 28일 자신도 회원인 미국 외교관계협회(CFR) 대담에서 ”미중간 경쟁은, 이 방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일생 동안에도 명확한 결승선(finish line)은 없다“면서 ”중국도 미국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미국 주도권 대체할 가능성 거의 없다"
 
나이 교수는 이어 중국의 국력 성장을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전략적 목표는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주도권을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에 둘러싸인 미국의 지리안보적 이점 △에너지 조달에서의 우위 △중국과 달리 향후 10년간 노동인구 증가 △생명공학, 나노기술, 정보기술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의 우위 등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악마화나 오해 소지가 있는 역사적 유추를 피한다면 신냉전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닌 전략을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쉽게 ‘미중 신냉전’이라고 말하고, 미중 갈등 국면만을 확대하는 경향 강하지만, 세계의 눈이 모두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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