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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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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플랫폼, 진짜 간편한가요

2024-03-0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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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전 평생 보험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국민 80%가 가입했다는 실손보험도 지난해 가입했으니까요. 가족 전체가 실손보험료 뽕을 못 뽑을 만큼 병원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험료 비교 플랫폼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앞서 언급한 실손보험 가입 때였습니다. 생년월일, 지병 유무 등 간단한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모든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더군요.
 
실손보험은 보장 내용이 심플하기 때문에 보험사별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던 NH농협손해보험을 통해 보험을 가입했습니다.
 
보험을 가입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병원에서 큰돈(10만원 수준) 쓸 일이 많았습니다. 큰돈이라는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감기 등으로 병원 진료비와 약값 1만원 이내로 1년에 몇번 지출할 일이 없던 저에게 진료비로 10만원 단위가 나왔다는 건 최소 3년치 병원비를 한 번에 지출한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심한 거북목이라 웬만한 진통제가 말을 듣지 않는 두통으로 주사 치료, 물리 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으로 병원에 내원해서 쓴 비용은 약값을 포함해 20만원 이상. 보험금 청구를 통해 절반 정도를 돌려받았습니다.
 
제가 지난해 11월부터 보험료를 내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는 4만원도 안됩니다. 낸 보험료보다 많은, 아니 1년 치 예상 보험료에 달하는 금액을 돌려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보험회사 괜찮을까?'(실제로 실손보험 청구가 많으면 보험회사는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 출입기자가 됐습니다. 그러니 보험 가입에 대한 관심도는 커질 수밖에 없고요. 금융당국이 지금은 자동차보험에 한정된 보험 플랫폼 산업을 향후 다양한 보험 상품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길래, 간단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말고도 플랫폼만으로 정말 손쉽게 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과연...?'이라는 반응을 보였죠. 자체적으로 보험판매대리점을 운영하거나 자신들이 모은 데이터로 모객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게 안전한데. 보험 플랫폼이 과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성과 실효성이 있냐는 거예요. 특약이나 상품 조합을 선택하는 건 보험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일반 사람들은 힘들다는 것, 간편하려고 이용하는 보험 플랫폼에 이것저것 조건을 넣어서 가격 비교를 하게 되면 그게 결코 간편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선 보험당국도 고심이 많았습니다. 제도가 일단은 익숙해져야 하니 운전자라면 다 가입하고 조건도 간단한 자동차 보험으로 시작했지만, 상품을 늘리려면 보완할 게 많다는 겁니다. 동물병원 진료 수가 획일화 문제 등을 품고 있는 펫보험 같은 경우는 더 어렵죠.
 
디지털 시대에 보험 가입도 플랫폼화되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지만, 보장 항목이 거의 무한대다시피 한 보험에 간편한 가입 제도를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길이 아닐까 합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월18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 상황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월19일 부터 출시되는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 준비상황 등을 시연해보며 서비스 이용시 소비자 불편사항 등을 점검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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