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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dawnj789@etomato.com@etomato.c

안녕하세요 이효진 기자입니다.
멈춰버린 수학여행

2024-04-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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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달린 노란 리본(사진=뉴스토마토)
 
저는 남들 다 가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못 갔습니다. 제주도에 가기로 돼 있었는데, 신종플루가 세상을 덮쳐 모든 계획이 취소됐습니다. 대신 강당에서 백신 주사를 맞았습니다. 수련회만 있던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때는 그토록 원하던 제주도를 갈 수 있었습니다. 2, 3학년 땐 공부만 하라는 학교 지침에 따라 1학년이던 2013년 봄에 수학여행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입도할 땐 배로, 출도할 땐 비행기를 탔다는 점입니다. 뱃멀미가 심한 편이어서 큰 크루즈를 탔는데도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수학여행이 끝나고 제주도의 바다, 산은 핸드폰 사진첩에 넣어둔 채 입시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됐습니다. 딱 10년 전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와 다르게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제주도로 떠나는 옆 학교 버스를 구경하며 자습실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죠. 신기한 건 다들 코스는 비슷했습니다. 배 타고 들어갔다가 비행기로 나오고, 첫날엔 테마파크 둘러보고 흑돼지 먹는 일정이었습니다.
 
그해 4월16일 오후는 숨 가쁘게 흘러갔습니다. 학교에서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를 봤고,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쯤 사실 몇백 명이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친구들과 자습실 구석에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실시간 구조자 수에 집중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그 뒤로 졸업할 때까지 수학여행과 체육대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먼 동네의 동갑내기들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당분간 학교에서 웃음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다들 동의했던 것 같습니다. 
 
10년이 흘렀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대학교에 들어갔고 취직도 했습니다. 대통령도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동갑내기 수백 명의 수학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 년 먼저 무사히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4월16일이 되면 쏟아지는 추모 기사를 보기가 힘이 듭니다. 어쩌면 나와 친구들에게 일어날 수도 있던 일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기억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학교에 웃음이 사라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요.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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